사회
부산시, 지하차도 참사때 가짜 회의록 만들어…만연 가능성도
입력 2020-09-15 13:57 
지난 7월 23일 폭우로 인해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CCTV 모습.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부산 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진 날 밤 담당 공무원은 하지도 않은 회의를 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가짜 회의록 작성은 실무자급 공무원이 단독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런 허위 공문서 작성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부산경찰청은 직무유기 혐의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동구 부구청장과 담당 부서 공무원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 외에 추가 혐의를 밝혔다. 호우경보 발령 당시 부산시와 동구청이 실제 하지도 않은 상황판단 회의를 했다고 거짓 회의록을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다. 동구청의 경우 부구청장이 주재했어야 할 상황판단 회의를 한 것처럼 회의록을 공모해 만든 혐의로 공무원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부산시 가짜 회의록 작성은 실무자급 공무원의 단독 범행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공무원은 호우경보가 발령되자 변 권한대행이 직접 상황판단 회의를 주재한 것처럼 회의록을 만들어 행정안전부에 보고까지 했다. 기존 회의록 문서 파일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고 날짜 등 몇몇 부분만 바꾸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이 공무원이 상부 지시 없이 홀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행안부까지 보고한 점, 회의록 작성 방식, 이전 회의록 내용들이 거의 비슷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상당 기간 호우 대책회의록이 허위로 만들어져 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 7월 30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호우경보 발효로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려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안에 갇혔던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제공 =...
그 시각 변 권한대행은 외부에서 술을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한 뒤 시청으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귀가해 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다. 귀가한 변 권한대행은 자정 이후 지하차도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오전까지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변 권한대행은 부산시 재난 대응 총괄책임자로서 초량 1지하차도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도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당시 변 권한대행과 외부 식사 자리에 참석한 부산시 고위 간부 4명 역시 호우경보가 발령됐는데도 시청으로 복귀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국민의힘 부산시의원들은 이날 시의회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열리지도 않았던 상황판단 회의를 마치 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다는 것은 시민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재난 상황에서 부산시나 기초지자체가 어떠한 대책이나 대응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이를 350만 시민에게 속이려 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산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 사건 진실 은폐에 이어 무고한 시민 생명을 앗아간 인재에 대해서도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행정부 감시·감독·견제 기능을 부여받은 시의회는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민주당도 특조위에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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