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중에서도 벌초 대행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울산에서 단위 농협을 통해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모 씨(56)는 최근 문중에서 벌초 대행 신청을 하는 것을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개인과 달리 문중에서 하는 벌초는 대행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 영향인지 예년보다 벌초 대행 문의가 늘어났는데 문중에서도 벌초를 맡긴 사례가 있어 좀 놀랐다"며 "문중 벌초를 하면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 우려도 있고, 오고가는 차비와 수고비 등을 감안하면 벌초 대행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벌초 대행을 장려하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단위 농협과 산림조합을 통해 벌초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청년회와 영림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벌초 대행 서비스 신청은 지난해보다 1.5~2배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와 산림조합중앙회 등은 올해 벌초 대행 서비스는 농협의 경우 전년 대비 27%(4610건), 산림조합은 19%(7608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산림조합의 경우 지난해 산소 260기를 벌초했으나 올해는 벌초해야 하는 산소는 310기로 50기 더 늘어났다. 당초 250기 정도를 예상했던 조합은 벌초 대행 신청이 잇따르자 벌초 인력도 3명 더 고용했다. 지난해 3명씩 2개 팀이 벌초를 했으나 올해는 3개 팀으로 늘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초 대행 신청이 들어와도 일할 사람이 없어 신청을 더 받지 않는다. 경북의 한 단위 농협 관계자는 "농협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벌초를 해주는데 일할 사람도 적고 주민들의 나이도 많다 보니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벌초를 할 여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벌초 대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벌초 비용도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벌초 대행 비용은 보통 봉분 1기당 8만~10만원, 비싼 경우는 15만원 정도 한다. 지난해는 봉분 1기당 가격은 보통 7만~8만원으로 20% 정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 산소가 깊은 산 속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어려우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최근 경북 의성에서 문중 벌초를 한 김모 씨(52)는 "문중에서도 코로나도 있고 해서 벌초 대행을 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산소 1기당 10만원이 넘는다고 해서 포기했다. 문중 벌초다 보니 벌초해야 할 산소가 많아 비용이 부담됐다"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