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업면접도 스터디도…`화상 세대`
입력 2020-09-14 14:18 

취업준비생 김 모씨(24·여)는 매주 토요일 오후 스터디에 '접속'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해 다른 스터디원들과 만나 마케팅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 주 동안 각자가 준비한 시사 뉴스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카페에 모여 스터디를 진행해왔지만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랜선 스터디'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며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취준생들은 온라인 상에서 힘겹게 취업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주간 수도권에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번 주부터 2단계로 내려가며 독서실 등은 문을 열었지만 정부 조치가 언제 다시 격상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취업을 준비하는 스터디 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일어났음을 인증하는 '랜선 기상 스터디'도 인기다. 코로나 이전에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출석 체크를 한 뒤 공부를 시작하는 오프라인상 '출석 스터디'가 전염병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곳에 가입한 스터디원들은 기상 후 공부 시작하기 전 책이 펼쳐진 사진을 정해진 시간에 올려야 하고, 이를 어길 때마다 벌금을 낸다.
지난주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며 스터디 카페 등이 문을 닫자 궁여지책으로 취준생들은 패스트푸드점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신촌의 한 패스트푸드점 매장 내에는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노트북을 펼친 무리가 여럿 보였다. 태블릿 PC를 켜고 마주 앉아 스터디를 하고 있는 손님들도 있었다.

카페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콘센트가 비치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 보였다. 해당 좌석을 일찍이 만석이었고, 이곳에 앉은 손님들은 노트북을 펼치고 열심히 타자를 치는 중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플라스틱 컵엔 음료는 비워지고 얼음만 녹아내리고 있었다.
연세대에 재학중인 서 모씨(23)는 "학교 열람실이 문을 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터디를 하려면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며 "카페도 대부분 문을 닫아 결국 패스트푸드점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주요 시설들이 문들 닫았던 것도 취준생들에겐 큰 어려움을 안겼다. 고려대에서는 이학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8일부터 이틀간 확진자가 이용한 건물이 폐쇄됐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캠퍼스에 위치한 중앙도서관을 방문한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6일까지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서강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올해 예정된 대규모 공채가 계속 없어지면서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해온 학생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상당하다"며 "학교에 나와야 친구, 선배 등과 대화도 하고 정보공유도 할텐데 이마저도 안되고 있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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