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6세 남자아이가 낮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50대 남성이 낸 사고로 숨졌다.
A군은 지난 6일 오후 3시께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렌차이즈 햄버거 가게 앞에서 형과 함께 햄버거를 사러 들어간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가게 앞 도로를 달리던 소형 SUV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길가 약 4m 높이 철재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가로등이 땅에 묻힌 부분부터 뽑히면서 쓰러졌고 A군을 덮쳤다.
사건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치킨집 상인은 "가로등이 떨어지는 소리가 가게 내부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고 말했다.
가로등과 부딪힌 A군은 의식 없이 쓰러진 채 오른쪽 머리에서 피를 쏟았다
아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걱정해 혼자 가게에 들어갔던 엄마는 오열했다.
신고는 사고를 목격한 상인들이 했다.
A군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유족은 A군이 가게 밖에서 기다렸던 이유에 대해 "가게에 들어가면 무조건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는 데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다른 손님들에게서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엄마가 혼자 들어가 햄버거를 주문했다"라고 밝혔다.
사고를 낸 운전자 B씨는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B씨는 몰던 차가 가로등과 부딪혔지만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B씨는 "점심에 지인과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냈다"라고 진술했다.
음주 측정 결과 B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경찰은 10일 B씨를 구속했다.
최근 대형 음주운전 참사가 잇따라 발생해 이번 사고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찰 음주운전 단속이 완화되면서 음주운전이 늘어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은 올해 1월 말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이유로 음주운전 단속 방식을 운전자에게 숨을 내뱉도록 하는 기존의 '일제 검문식'에서 '선별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1~3월 음주운전 사고가 작년 동기(3296건) 대비 24.4% 늘어난 4101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차량 내부 공기를 감지해 음주 여부를 판별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도입했지만 음주 단속이 과거보다 완화됐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최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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