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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기기괴괴 성형수` 감독 "외모지상주의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입력 2020-09-11 07:00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이 `기기괴괴 성형수`가 해외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된데 대해 기쁜 소감을 밝혔다. 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기기괴괴 성형수는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을 비롯해 제26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초청, 제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초청, 제23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초청, 제2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지금도 해외영화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조경훈 감독은 기분이 좋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아무 데도 못가니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는데 참 좋더라. 관객들과 만나서 영화 얘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외 영화제는 홈페이지로만 볼 수 있어서 아쉽다. 감흥을 못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듣고 있던 전병진 프로듀서는 해외영화제에서 계속 요청이 오고 있다. 현재 12개 영화제 초청이 확정됐는데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전 세계 골고루 반응이 오고 있다. 저희가 기획한 대로 글로벌 서브 마켓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다. 기존에 한국이 개척하지 못한 시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사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그런데 조건이 월드프리미어더였다. 그때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하던 타이밍이라 아쉽게 베니스에 갈 수 없게 됐다. 그 점이 아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전병진 PD가 해외에서도 `기기괴괴 성형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기기괴괴 성형수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조경훈 감독은 원작의 소재적인 매력, 애니메이션에서도 희귀한 장르적인 부분, 그리고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이 나름대로 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병진 PD는 이런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호러 미스터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1998년도에 나온 일본의 ‘퍼펙트 블루 정도가 비슷한 예시가 될 수 있는 정도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성대 작가의 ‘성형수 아이디어도 어필됐다. 이 소재는 누가 봐도 기가 막힐 정도의 아이디어다. 원작의 힘에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와 적합한 전문 성우를 기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조경훈 감독은 성우들은 프로다. 저희가 주문하는 부분을 바로 캐치해서 보여준다. 어떤 분들은 성우들의 목소리가 패턴화되어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 디테일하게 다른 목소리로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해준다”며 저희도 연기력과 캐릭터에 맞는지를 고려해 캐스팅했다”고 귀띔했다.
기괴하고 독창적인 OST도 힘을 보탰다. ‘기기괴괴 성형수로 데뷔한 홍대성 음악 감독의 활약도 더해졌다. 그는 ‘리틀 드러머 걸 ‘택시 운전사 ‘아가씨 ‘내부자들 ‘뷰티 인사이드 ‘변호인 등에 참여한 조영욱 음악 감독팀의 수석 작곡가로 활약한 인물.
조경훈 감독은 홍대성 감독이 첫 사운드를 줬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기대 안 하고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 영상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운드가 너무 좋았다.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다. 좋은 사운드를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조경훈 감독이 `기기괴괴 성형수` 음악을 맡은 홍대성 음악감독에게 고마워했다. 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다만 일각에서는 ‘기기괴괴 성형수가 외모지상주의를 다소 가볍게,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경훈 감독은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도 많이 했다. 영화라 극단적이고 과장된 부분도 있다. 외모지상주의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치중되어 있다. 못생겼다고 가해를 하기도 하지만, 예쁘다고 가해를 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불편하거나 무책임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학습된 미적 기준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 미적인 기준들에 대해 ‘껍데기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외모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진 PD는 요즘 관객들에게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오히려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도덕적 잣대로 설명적으로 전하기보다는 있는 현실을 양극단으로 드라이하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기괴괴 성형수` 전병진 PD(왼쪽)와 조경훈 감독이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또한 전병진 PD는 처음에는 ‘기기괴괴 시리즈를 뉴미디어로 기획하려고 했다. ‘기기괴괴 브랜드로 한국판 ‘환상특급, 한국판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를 선보이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성형수가 대박이 나서 극장용으로 나오게 됐다”며 SF, 호러 미스터리 등 전 세계 흩어진 서브컬처 팬들을 목표로 기획했다. 그분들이 봐주시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작비 문제 등으로 6년이 걸린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된 조경훈 감독은 힘들게 만든 작품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만들었고, 더 하고 싶은데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 했다. 작품이 가지는 한계나 부족한 점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소스로 어디에 집중하면 좋을지,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할지 전략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재미의 완성도로 평가해주는 반응에 기분이 좋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병진 PD도 이런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획이다. 다들 처음에는 선뜻 투자나 호응을 하지 않더라. 기웃하는 시선도 있었고, 그런 것들을 극복하면서 만들어갔다. 어쨌든 운이 좋아서 완성하게 됐고,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다른 시도의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대박이 나거나 엄청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기존의 선입견에 균열을 낸다면, 다음 작품이 그걸 뚫고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그런 첫 단추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는 바람을 전했다.
skyb184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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