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맥 못 추는 철강업종, 하반기엔 회복할까
입력 2020-09-10 15:33 

철강업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철광석 가격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오후 3시 17분 현재 POSCO는 전일 대비 1000원(0.54%) 오른 18만6000원에, 현대제철은 50원(0.20%) 상승한 2만475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슈화되기 전인 올해 초와 비교하면 포스코는 21.19%, 현대제철은 20.67% 각각 하락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철강업종의 타격은 기업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POSCO는 지난 2분기 별도 기준으로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제철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94% 감소했다. 그나마 건설산업에 공급되는 봉형강류의 판매 호조로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영업적자를 면했다.
고로사들의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생산 차질이었다. 2분기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동차 공장 셧다운에 철강제품의 판매량과 가격이 함께 곤두박질쳤다. 전경련은 지난 2분기 국내 철강업종의 해외 매출이 자동차용 강판 수요 급감 탓에 1년 전보다 80.1%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철강업황 악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치러질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관련 시설 건설의 중단된 탓에 철강제품 재고가 남아도는 일본 철강업체들은 한국에서 밀어내기식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POSCO는 조선업계와의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공급 가격 협상에서 올해 하반기 공급분에 대한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와의 협상에서 후판 공급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기 전까지만 해도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가파른 철강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2분기말 기준 t당 102.48달러를 기록해 석 달 동안 23.23% 상승했다. 3분기 들어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지난 주말 기준 t당 127.03달러로 치솟았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철광석 가격의 상승이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고로는 생산 경직성이 강하고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사실상 풀가동하고 있어 철광석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라며 "남반구 지역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뒤늦게 확산되면서 주요 광산국들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철강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철강제품 가격 상승에 철강업계는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3조7500억위안(약 648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났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 스팟 가격 상승 하에서 가격 인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한국, 미국, 유럽 철강업체들도 대부분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실수요처에서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지만, 철강 물량 조절을 통해 유통 가격 상승 기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철강업종이 본격적으로 회복하려면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업계가 공급을 조절하는 식으로 올릴 수 있는 유통가격보다 자동차·조선·건설 등의 실수요 산업에 공급하는 가격 인상이 본격화돼야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재승 연구원은 "철강업종이 본격적으로 힘을 낼 수 있는 인플레이션 국면의 도래까지는 최소 1~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수요 급감이 단기적으로 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실적 회복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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