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 사태의 영향으로 결혼식 날짜를 미루는 경우엔 신혼부부·예식장 간 합의를 통해 위약금 없이 계약 내용을 바꿀 수 있게 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예식장에 대해 시설폐쇄·운영중단 등의 행정명령이 발동되거나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결혼식이 불가능한 경우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보다 낮은 수위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결혼식을 치르기 어려워진 경우는 단계에 따라 최대 40%까지 위약금을 깎아준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예식업 분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오는 19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사업자·소비자단체, 소비자원, 관계부처,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이같은 해결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감염병의 범위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1급 감염병으로 한정했다.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발생·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뜻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예식장과 신혼부부가 합의한 경우는 예식 날짜를 뒤로 미루거나, 최소 보증 인원을 조정하는 등 위약금 없이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감염병으로 인해 시설을 폐쇄하거나 운영 중단 등의 행정명령이 발령되는 경우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예식장이 위치한 지역, 이용자의 거주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한제한·시설이용제한 등의 행정명령으로 계약 이행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엔 위약금의 40%를 감경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수준의 상황에 해당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 해당하는 경우는 위약금의 20%를 깎아준다.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단계가 발령되고 방역당국이 방역 수칙 준수를 권하는 단계다.
공정위는 현행 분쟁해결기준도 일부 보완했다. 먼저 예식 계약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소비자 청약 철회권을 신설했다.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숙려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소비자 책임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약금이 과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손봤다. 그간 사업자들이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에 위약금까지 추가로 얹어 청구하는 사례들이 빈번했다. 이를 막기 위해 위약금 청구 시엔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도록 규정했다.
소비자가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계약해제 시점은 기존 3개원 전에서 5개월 전으로 조정했다. 예식일이 특정 계절이나 시간대에 몰려 3개월 전에 계약을 해제할 경우 사업자가 새로운 고객을 모집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에 다른 것이다.
앞으로 사업자와 소비자의 위약금 산정 방식은 '총비용의 일정 비율'로 동일하게 정했다. 현행 기준에선 사업자와 소비자 책임 소재에 따라 위약금 산정 방식이 달랐고, 예식비용이나 총비용 등에 대한 개념이 통일되지 않아 분쟁이 벌어지곤 했다. 총비용의 개념은 연회 음식, 음주류 등 연회비용과 예식장 대관료, 부대시설·부대서비스·부대물품 이용요금, 신부드레스, 화장, 사진·비디오 촬영 등 예식비용을 포함해 계약 시 정한 실거래 금액으로 규정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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