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1위에서 꼴찌로'…1년 만에 붕괴된 SK 마운드, 왜?

지난 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의 투수력은 굉장했습니다.

'원투펀치' 김광현(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앙헬 산체스(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34승을 합작했고, 헨리 소사(현 푸방 가디언스), 박종훈, 문승원 등 나머지 선발 투수들도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다른 구단 1, 2선발급 활약을 펼쳤습니다.

불펜진 역시 10개 구단 중 최고였습니다. 하재훈은 36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을 차지했습니다. 서진용은 33홀드, 김태훈은 27홀드, 정영일은 8홀드를 챙겼습니다.

지난 시즌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3.48. 전체 1위였습니다.

위용을 자랑하던 SK의 투수력은 단 1년 만에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팀 평균자책점은 9일까지 5.89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처졌습니다. 리그 평균자책점(4.82)보다 1점 이상 높습니다. 팀 순위 10위 한화 이글스(5.27)와도 차이를 보입니다.

어제(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는 올 시즌 허약한 SK 투수력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SK는 무려 볼넷 16개를 내주며 KBO리그 역사상 한 경기 최다 볼넷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SK는 9월 이후 8경기 중 5경기에서 10점 이상을 허용했습니다. 최근 3경기에선 무려 39점을 내줬습니다.

이달 팀 평균자책점은 9.98, 팀 평균 피안타율은 0.326에 달합니다.

SK의 팀 성적도 추락했습니다. SK는 최근 11연패를 기록하며 2000년 7월 이후 약 20년 만에 팀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썼습니다.

최하위 한화와 격차는 1.5경기 차로 줄었습니다. SK는 10일과 11일 한화와 2연전을 치르는데, 모두 패하면 9위 자리도 위태롭습니다. 스윕패를 당하더라도 승률에서 앞서 순위가 바뀌진 않지만, 승차는 뒤집힙니다.

SK 추락의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SK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여러 군데에서 이상 신호가 잡혔습니다.

SK는 김광현과 산체스의 이탈을 메우기 위해 최고 수준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합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닉 킹엄은 정규시즌 단 두 경기에 출전한 뒤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SK는 킹엄의 회복을 기다리다 허송세월한 뒤 7월에야 방출 조처했습니다.

좋은 구위를 가진 로베르토 핀토는 고쳐야 할 점으로 꼽히던 불같은 성격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4승 12패 평균자책점 6.93으로 정규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를 기록 중입니다.

사실 SK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 선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킹엄은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고, 핀토는 연습경기 때부터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SK의 대처는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교체 기회도 잡지 못했습니다.

불펜 붕괴 위험도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SK는 하재훈이 지난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데다 투구폼이 딱딱해 부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시즌 막판부터 투구폼 수정을 유도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악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재훈의 직구 구속은 크게 떨어졌고, 1승 1패 4세이브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7.62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68이닝을 소화했던 서진용은 개막 직전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4.94로 크게 뛰었습니다.

김태훈 역시 지난 시즌 개인 역대 최다인 71경기에 출전했는데, 이 여파 때문이지 팔꿈치가 탈이 나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수술 후 김광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선발로 보직 변경했는데, 역시 직구 구속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다시 불펜으로 복귀한 뒤에도 지난 시즌 활약을 재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균자책점은 6.37입니다.

SK가 마운드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비시즌 2차 드래프트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세현을 영입했고, 시즌 중엔 핵심 외야수 노수광을 한화에 내주고 이태양을 영입했습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모두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입니다.

현재 SK 마운드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습니다. 앞문과 뒷문이 모두 헐겁습니다. 팀 분위기도 뒤숭숭합니다. 염경엽 감독은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한 끝에 시즌 아웃됐습니다.

여러모로 쓰라린 시련을 겪고 있는 SK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