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어제(현지 시간 7일) 저녁, 백인 민족주의 단체와 연계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1천여 명이 '맞불 시위'에 나서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깃발이 꽂혀있는 레저용 차량을 비롯해 자동차와 트럭, 트랙터, 오토바이 수백 대를 몰고 행진을 벌였습니다.
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진 지역 대학 주차장에 모인 시위대 중 일부는 지난 포틀랜드 시위에서 좌파 지지자의 총격에 숨진 우익단체 패트리엇 프레어 소속 애런 대니얼슨의 이름을 방탄조끼와 옷 위에 새기고 나왔습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스스로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 지지자나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의 회원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집회 주최 측은 최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경찰은 물론, 친트럼프 시위대와 충돌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노동절 차량 집회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번 시위에서 일부 우파 시위대가 노선을 이탈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포틀랜드 중심부로 들어가 유혈사태가 빚어졌던 점을 고려해 시내로 진입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주도 세일럼의 의회 의사당 앞에 도착한 프라우드 보이즈 회원 등 트럼프 지지자 100여 명이 약 20명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맞붙으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시위대는 서로를 향해 페퍼스프레이를 뿌렸으며, 친 트럼프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야구방망이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참가자를 폭행했습니다.
이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소화기를 뿌려 맞대응하는 등 충돌이 거세지자 지켜보던 경찰이 폭행에 가담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를 넘어뜨려 체포하고 진압에 나섰습니다.
오리건주 경찰 당국은 당시 의사당 맞은편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상대 시위대에 달려들고 뒤쫓아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폭행 혐의로 2명이 체포됐으나 이후 석방됐습니다.
같은날 포틀랜드의 대성당 공원에서도 수백여 명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00명의 시위대가 경찰 경내 바깥에 모여 매트리스를 태웠지만, 경찰과 별다른 충돌 없이 해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틀랜드와 뉴욕 로체스터를 언급하며 노동절 연휴 동안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뉴욕의 로체스터, 브루클린과 포틀랜드 모두 좋지 못한 밤을 보냈다"면서 이들 지역이 모두 민주당 소속 '급진 좌파' 주지사들이나 시장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비방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