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수익 높이려…해외 헤지펀드 담았다 낭패
입력 2020-09-07 19:53  | 수정 2020-09-07 22:02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일시 환매 중단은 공모펀드라도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는 환매 및 유동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은행 등 판매사에서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맞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출시한 이 펀드는 출시 7개월 만에 설정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수익률 15%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냈으나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펀드 수익률 급락과 저유동성 자산 비중 증가로 결국 해외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환매가 중단됐다.
공모펀드는 일반적으로 주식, 채권과 같이 시중에서 유동화하기 쉬운 전통 자산을 담기 때문에 개방형 구조를 취하기 쉽다. 만약 부동산 등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면 폐쇄형 구조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는 5~6개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면서 분산투자 효과를 노렸지만 펀드 편입 비율이 16%인 H2O멀티본드 펀드, 10%인 H2O알레그로 펀드가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으로부터 환매 중단 조치를 받자 결국 펀드 전체 규모가 일시적으로 환매 중단됐다. H2O사가 밝힌 환매 중단 기간은 4주가량이지만 조사 상황에 따라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신한BNPPH2O글로벌본드펀드는 H2O사 펀드 하나만을 담고 있지만 환매 중단된 펀드가 아닌 H2O애그리게이트 펀드만 담고 가서 환매 중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외 헤지펀드를 담는 재간접 펀드는 그동안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는 해외 운용사 펀드 수익률을 그대로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레버리지 등 위험도가 높은 전략을 쓰는 펀드가 많다 보니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는 수익률이 출렁이기도 했다. 올 3월 H2O사의 '미국 국채 숏, 이탈리아 국채 롱' 전략과 정반대 방향으로 시장 상황이 돌아가자 H2O 재간접 펀드 수익률이 한 달 만에 8%가량 빠지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재간접 펀드 리스크는 해외 운용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는 것으로, 펀드 기준가를 매일 받아볼 수는 있지만 어떤 트레이딩으로 펀드 수익률이 갑자기 빠지는지 바로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드물긴 하지만 해외 운용사의 불투명한 운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도 해외 재간접 펀드가 지닌 문제점이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투자하는 현지 운용사 펀드를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 사모투자신탁'은 최근 또다시 환매가 연기됐다. 이 펀드는 당초 부실 자산 편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운용돼 지금까지 투자한 자산 중 98%가 부실화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운용사가 채권 발행사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신규 펀드 자금이 들어올 때 펀드 수익률을 돌려 막은 정황까지 의심돼 투자자들이 '미국판 라임자산운용'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투자자산 운용을 제때 정확하게 감시·감독하기 어려운 재간접 펀드 구조 때문에 한국 운용사·판매사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 펀드는 탠덤크레딧퍼실리티펀드(Tandem Credit Facility Fund)라는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채권 발행사는 WBL로 소상공인 단기 대출에 특화된 미국 금융회사다. 국내에서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가 재간접으로 담았으며 교보증권, 신한은행에서 판매됐다. 이번에 환매 연기된 규모는 총 105억원가량이며 다른 운용사 펀드까지 합하면 250억원 규모가 환매 연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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