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측 빗나간 기상청…울산 상륙 후에야 통보문 바꿔
입력 2020-09-07 19:31  | 수정 2020-09-07 19:45
【 앵커멘트 】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기상청은 태풍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죠.
기상청 출입하는 이현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예상 경로 얘기도 해야겠지만 일단 이번 태풍 하이선이 얼마나 강했는지부터 알아보죠.

【 기자 】
네. 태풍이 지나간 경남 남해안과 경북 동해안 지역 피해가 컸습니다.

하이선은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왔는데요.

경북 포항 구룡포에서 순간최대풍속이 최대 42.3m로 관측이 됐습니다.

거제도에선 초속 38.2m까지 불었고 부산은 32.2m였습니다.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0m가 넘으면 큰 바위가 날아갈 수 있을 정도고 30m가 넘으면 허술한 집이 무너질 수 있고요.

35m 이상이면 기차가 전복될 수 있습니다.

육지를 지나며 다소 약해진 하이선을 맞은 강원 강릉 지역 순간최대풍속도 초속 23m 정도였습니다.

이게 약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초속 15m만 넘어도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이 떨어져 나갈 수 있을 정도라 초속 23m면 얼마든지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강한 바람이지 결코 약한 게 아닙니다.


【 질문2 】
그렇군요.
그런데 원래 우리 기상청은 하이선이 상륙하지 않는다고 예보해왔잖아요.
우리 기상청이 틀린거죠?

【 기자 】
우리 기상청이 태풍 예상 경로를 거의 맞히긴 했습니다.

동해안을 타고 직선 형태로 올라가는 예상 경로를 발표해 왔었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륙 여부를 맞히진 못했습니다.

기상청이 오늘 오전 7시에 발표한 하이선 예상 경로입니다.

상륙하지 않고 동해안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으로 돼 있죠.

하지만 하이선은 오전 9시쯤 울산 앞바다로 상륙을 했습니다.

이후 발표된 예상 경로는 실제 하이선 경로와 거의 맞아떨어졌지만 상륙 2시간 전에 예상 경로를 발표할 때에도 태풍 상륙을 예측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 질문3 】
다른 나라 기상청은 어떻게 예측했었죠?
어느 나라 예측이 가장 정확했나요?

【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예상 경로를 한번 살펴보시죠.

가장 왼쪽이 우리 기상청이 오후 4시에 발표한 태풍 경로입니다.

오후 1시 반쯤 하이선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뒤에 발표된거니까 실제 태풍 진행 경로로 볼 수 있겠습니다.

가운데가 미국 기상청 예상 경로고 오른쪽이 일본 측 예상 경로입니다.

둘 다 태풍 상륙 전에 발표됐습니다.

미국과 일본 것만 따로 떼서 살펴보시죠.

미국과 일본 모두 하이선의 상륙은 맞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상청은 부산 쪽으로 육상한다고 예상했고, 일본은 상륙 지점을 좀 더 동쪽으로 잡았습니다.

두 예상 경로가 대동소이 하지만 일본의 상륙 지점 예측이 울산과 더 가까웠습니다.


【 질문4 】
그럼 이번엔 하이선이 왜 상륙한 건지 한 번 알아보죠.

【 기자 】
그건 우리나라 서쪽에 위치한 차고 건조한 공기대와 동쪽에 있는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입니다.

태풍이 크다곤 하지만 거대한 기단에 비할 바는 아니라서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일단 기상청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윤기한 / 기상청 예보관
- "태풍 동쪽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태풍 서쪽에 있는 선선하고 건조한 공기 사이에서 수축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태풍이 내륙 쪽으로 약간 더 붙어 일시 상륙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라고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거대한 기단 사이에서 태풍이 치이다가 경로가 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5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그런 격이군요.
이번 태풍 경로가 직선 형태란 점이 특이한 경우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된거죠?

【 기자 】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편서풍에 밀려 북동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지금 과거에 찾아온 태풍 경로 몇 개를 띄워드렸는데요.

시계 방향으로 이동한 것을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약해졌습니다.

이상 기후로 아시아 대륙 북쪽이 따뜻해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보통 대륙 북쪽이 차고 남쪽이 따뜻하다보니 북쪽에서 내려온 바람이 동쪽으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 온도차이가 적어서 바람이 밖으로 잘 밀려나지 않게 됐습니다.

동쪽으로 불던 바람이 약해졌으니 태풍이 잘 밀려나지 않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질문6 】
올해 최장 장마도 3주 연속 태풍이 오고 있는 것도 다 이상기후 때문인 셈이네요.
그 이상기후 때문에 태풍이 또 올 수도 있다면서요?

【 기자 】
제 11호 태풍 노을과 12호 태풍 돌핀에 대한 얘기인데요.

그 태풍들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구체적인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남쪽 바다가 아직 많이 따뜻해 태풍이 더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습니다.

태풍이 주로 만들어지는 동남아 근처 바다 등의 온도가 30도 안팎으로 높아 태풍이 만들어지기 충분하거든요.

기상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태풍이 1~2개 정도 우리나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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