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미국판 라임에 뒤통수…사모펀드 250억 환매중단
입력 2020-09-07 17:33  | 수정 2020-09-07 19:21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투자하는 교보증권의 사모펀드가 또다시 환매 연기됐다. 이 펀드는 당초 부실 자산 편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운용돼 지금까지 투자한 자산 중 98%가 부실화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운용사가 채권 발행사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신규 펀드 자금이 들어올 때 펀드 수익률을 돌려 막기한 정황까지 의심돼 투자자들이 '미국판 라임자산운용'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투자자산 운용을 제때 정확하게 감시·감독하기 어려운 재간접 펀드 구조 때문에 한국 운용사·판매사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7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환매가 9월로 한 차례 연기됐던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 사모투자신탁'이 투자자들에게 최근 9월 환매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 펀드는 탠덤크레딧퍼실리티펀드(Tandem Credit Facility Fund)라는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채권 발행사는 WBL로 소상공인 단기 대출에 특화된 미국 금융회사다. 국내에서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가 재간접으로 담았으며 교보증권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됐다. 이번에 환매 연기된 규모는 총 250억원가량이며 주요 투자자에는 교보증권과 일부 중소형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이 3월에 밝힌 환매 연기 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부진과 유동성 부족이었지만 이달 환매 재연기를 밝히는 과정에서 펀드 부실 운영이 드러났다. PwC 회계법인의 WBL 자산 실사에 따르면 총 145개 채권 중 정상 채권은 3개에 불과해 부실 채권 비중이 98%에 달했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포트폴리오 부실화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펀드 기준가는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자금을 활용한 펀드 수익률 돌려 막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3월 환매 연기 시 채권 디폴트가 일부 발생했더라도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으며 담보비율(LTV)이 70% 미만이라 안정적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자산 실사 결과 LTV는 79%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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