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번엔 미국판 라임사태 휘말린 한국펀드…250억 투자자 `멘붕`
입력 2020-09-07 16:59  | 수정 2020-09-07 20:29

미국 소상공인 대출에 투자하는 교보증권의 사모펀드가 또다시 환매연기됐다. 이 펀드는 당초 부실자산 편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운용돼 지금까지 투자한 자산의 98%가 부실화됐다. 이 과정에서 현지운용사가 채권발행사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신규 펀드 자금이 들어올 때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를 한 정황까지 의심돼 투자자들은 '미국판 라임운용'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투자자산 운용을 제 때 정확하게 감시·감독하기 어려운 재간접펀드 구조 때문에 한국의 운용사와 판매사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차례 환매가 9월로 연기됐던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사모투자신탁'이 투자자들에게 최근 9월 환매도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 펀드는 탠덤크레딧퍼실리티펀드(Tandem Credit Facility Fund)라고 미국 소상공인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채권 발행자는 WBL로 소상공인 단기 대출에 특화된 미국 금융회사다. 국내에서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가 재간접으로 담았으며 교보증권과 신한은행에서 판매됐다. 이번에 환매연기된 규모는 총 250억원 가량이며 주요 투자자들은 교보증권과 일부 중소형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이 지난 3월에 밝힌 환매 연기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매출부진과 유동성 부족이었으나 이달 환매 재연기를 밝히는 과정에서 펀드 부실 운영이 드러났다. PwC 회계법인의 WBL 자산실사에 따르면 총 145개의 채권 중 정상채권은 3건에 불과해 부실채권 비중이 98%에 달했다.
당초 운용사는 채권 디폴트시 담보 산정에서 제외하고 이를 정상채권으로 5일내 교체하겠다고 되어있는데 이를 전혀 지키지않아 부실이 계속 누적된 것이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포트폴리오의 부실화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펀드 기준가는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자금을 활용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한 펀드가입자는 "현지운용사 탠덤이 WBL의 부실채권을 제대로 교체하지 않아 WBL이 이익을 얻었는데 현지운용사와 채권발행사의 유착관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3월 환매연기시 채권 디폴트가 일부 발생했더라도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으며 담보비율(LTV)이 70% 미만이라 안정적으로 자산회수를 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자산실사 결과 부동산담보비율은 79%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펀드는 KB증권이 토탈리턴스왑(TRS)를 통해 40%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있어 KB증권이 자산에 대해 일종의 선순위를 가지고 있으며 환헤지를 하지 않아 최근 달러 약세에 따른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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