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의사들 용돈벌이로 전락한 `의료자문` 논란 언제까지…
입력 2020-09-07 13:15 

"대학병원 레지전트나 당직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용돈벌이용 업무 아닌가요?"
의료자문을 경험했던 의사들의 증언이다. 보험분쟁 때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의료자문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보험사가 의료기관 전문의에게 의료심의·장해평가 등의 자문을 의뢰하고 소정의 비용을 지급한다. 의료자문 비용은 진료과별로 한 건당 10만~30만원 수준이다. 민간의료자문 회사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를 포함 30만원에 의료자문서가 거래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보험사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보험사들은 약 4만건의 소견서를 의뢰해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80억원 정도를 지급했다.
의료자문을 진행한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병원이었다. 이 기간 3739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했다. 그 뒤를 인제대학 상계백병원(2397건), 건국대학병원(2033건) 순이었다.

같은 기간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8915건이었다. 그 뒤를 삼성생명(4233건), KB손해보험(3817건), 현대해상(3512건) 순이었다.
공시자료에는 보험사별 자문의사 이름은 없고, 소속 병원명과 자문 건수만 나와 있다. 즉 '어느 의사가 어느 보험사 자문의사'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사가 원천세(기타 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사에게 직접 지급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고 내역도 모르는 부수입이다.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줄 개연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환자 동의없이 민감한 정보인 진료기록을 보험사 자문의에게 준다. 의뢰를 받은 자문의는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진료기록만 보고 소견서를 발행한다. '보험사의 의도대로' 작성된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례로 김모(77년생·43세 남) 씨는 2007년과 2009년에 롯데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2018년 09월 21일 경북 경주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뇌출혈 등의 중상을 당해 4개월 동안 영남대학병원 등에서 총 164일간 입원, 수술, 재활치료 등을 받았다. 김 씨는 후유장해(장해율 56%)로 장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롯데손해보험측은 "자문의가 장해율 16% 밖에 안된다"며 보험금을 대폭 줄여서 지급했다. 이후 3차 병원인 영남대학병원에서 장해율 40%로 후유장해보험금을 다시 청구했지만 롯데손해보험측은 상계백병원 자문의뢰서 장해율 16%를 제시하며 보험금 지급을 재차 거부하고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특정한 병원에 자문료를 주면서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면서 "불법행위를 계속할 경우 보험사는 물론 대형병원 자문의사들도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지급거절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수년 전부터 관련 제도를 손질한다고 밝혀 왔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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