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한현정의 직구리뷰]`기기괴괴 성형수`, 외모지상주의 향한 기괴한 일침
입력 2020-09-07 09:14  | 수정 2020-09-07 11:4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기적의 물 '성형수'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있긴 있을까. 그 경계의 무너짐은, 그로 인한 비극은 단지 개인의 피해의식과 무절제함에서만 비롯되는 것일까.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기괴하고도 날카로운 일침, 잔혹한 만큼 슬픔이 차오르는, 애니 그 이상의 ‘기기괴괴 성형수'다.
오는 9일 개봉하는 '기기괴괴 성형수'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기괴하고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개성 갑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네이버에 연재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6년에 걸쳐 제작됐다.
톱스타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예지는 어릴 적 발레리나였지만 외모 콤플렉스로 결국 꿈을 포기한다. 그 상처는 점점 더 내면을 파고들고, 성인이 돼서도 자존감을 잃은 채 미리의 지속적인 외모 비하와 무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지는 갑자기 펑크 난 홈쇼핑 보조출연자 대신 먹는 장면을 촬영하게 되고 그 장면이 온라인상에 전파되며 무서운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온 가족이 ‘마녀사냥에 괴로워하던 중 물과 성형수를 섞어 20분 동안 얼굴을 담근 후 칼로 얼굴을 이리저리 잘라내 미인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마법의 성형수를 접하게 된 예지. 거짓말처럼 완벽한 미인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설혜라는 이름으로 제2의 삶을 꿈꾸지만 곧 고액의 성형수에 중독돼 가족은 물론 스스로를 끔찍한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이 같은 기발한 소재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백분 살려 상상을 제약 없이 펼쳐낸다. 그동안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많은 작품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색깔로 기괴하고도 날카롭게 메시지를 비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잔혹하고 무서운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나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완화되고 작품 속에 가미된 각종 상상력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를 자랑하며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예지가 성형수로 인해 강박을 보이는 건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그 이후의 전개는 꽤나 신선하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마지막 반전을 메시지의 경각심을 최고치로 끌어 올리는 똑똑한 한 수.
단지 미에 대한 욕구를 비판, 무절제한 개인에 대한 경고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에 대한 대중의 비뚫어진 시선, 외모가 곧 권력이며 그 권력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하고도 슬픈 현실을 지적한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조차도 리얼리티를 강조한 섬세함도 눈길을 끈다.
작품은 이 같은 다양한 이유로 해외 영화제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부문, 에뜨랑제 국제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오는 9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5분.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