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쫓아낸 후궁 10개월 후 복권시킨 태국 왕실, 속내는
입력 2020-09-06 10:12  | 수정 2020-09-13 10:37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지난 3일 국왕과 왕비에 복종하지 않는다며 쫓아낸 '왕의 배우자(Chao Khun Pra·후궁)'인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의 모든 지위를 복권했다. 시니낫의 왕실과 군(軍) 관련 지위를 모두 박탈한지 10개월만이다.
3일(현지시간) 방콕 포스트와 BBC 등에 따르면 와치랄롱콘 국왕은 전날 공개된 칙령에서 시니낫의 왕실과 군(軍) 관련 지위를 모두 복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3월부터 독일 휴양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유명 호텔에서 체류 중인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해 3월 왕비 수티다(42)와 결혼식을 올린 뒤 7월 후궁 격인 시니낫을 '왕의 배우자'로 임명했다.
육군간호대 출신으로 왕실 근위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5월 소장으로 파격 진급한 시니낫은 국왕의 눈에 들어 진급 두 달 만에 '황의 배우자'가 됐다. 국왕이 왕실 홈페이지에도 시니낫 이력과 여러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으며, 그가 탱크톱 차림으로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사진은 폭발적인 접속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모든 지위를 박탈당한 이후로는 행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자신을 왕비로 책봉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오만한 행동이 국왕의 분노를 샀다고 알려졌다.
3개월 뒤 태국 왕실은 시니낫의 직위 박탈과 관련해 "시니낫이 왕실의 전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국왕에게 반항했으며, 현재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왕비처럼 행세했다"며 "야심에 이끌려 왕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시니낫의 행동은 국왕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으로 국가와 왕실의 위엄을 훼손시켰다"고 설명했다.
시니낫의 이번 왕실 복귀 배경에 대해 일각에선 그가 내쳐진 뒤에도 왕비와 권력 싸움을 벌여 승기를 잡았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는 마당에 와치랄롱꼰 국왕이 왕실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시니낫을 복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해당 칙령에서 "시니낫은 어떠한 범죄 혐의도 무죄이며 애초부터 지위가 박탈되지 않은 것처럼 취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와치랄롱콘 국왕의 칙령은 지난 달 29일 왕실 관보에 게재됐고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한편, 와치랄롱콘 국왕은 선왕과 달리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왕세자 시절 잦은 이혼 경력, 낭비벽, 금융 스캔들 개입설 등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작년 5월 대관식에 앞서 타이항공 승무원 출신 수티다 와치랄롱콘 나 아유타야 근위대장과 결혼식을 올리고 그를 왕비로 임명했으며, 두달만인 7월 자신의 생일에 시니낫을 태국에서 절대군주제가 폐지된 이후 100년만에 왕의 배우자로 임명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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