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19 대응방식·급여 불만' 영국 의사 1천여 명 "이직 원한다"
입력 2020-09-06 10:05  | 수정 2020-09-13 11:04

영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과 급여에 불만을 품고 1천 명이 넘는 의사가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이직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들은 업무로 인한 정신건강 상의 우려와 스트레스 증가로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안식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는 민간 병원이나 임시 대리 의사로 자리를 옮긴다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영국 의사협회(DAUK)가 의사를 상대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모두 1천758명이 응답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NHS 이직·잔류 계획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69%(1천214명)가 '이직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향후 1∼3년 동안 어디에서 근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65%(1천143명)가 NHS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NHS 소속 의사가 8천278명 공석인 상황에서 실제 의사들이 NHS에서 이직할 경우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74%의 응답자가 급여가 저조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정부가 최근 급여를 2.8%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수련의나 지역보건의가 받는 급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어 '개인 보호장비 부족'(65%), '공개적 의견 표명 금지'(54%), '의사 주차비 면제 약속 불이행'(46%), '정신 건강 악화'(45%) 등을 이직 이유로 꼽았습니다.

일부 응답자들은 한때 10주간 '의료진에 박수를'이라는 캠페인으로 의사들에 경의를 표했지만, 일부 장관들이 의료진의 개인 보호장비 사용을 놓고 과다하다고 비판하며 대조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의사는 "정부가 NHS 의사들을 총알받이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급여도 낮고, 개인 보호장비도 부족한 판에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약속을 남발하고 있어 20년 동안 최전선에서 근무했지만 이제 지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유럽 다른 나라 출신의 의사도 "NHS 의사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는 데다 외국인에 대한 조롱이 이어졌다"며 "영국의 훌륭한 의료 시스템을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심신의 건강을 위해 그만두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사만다 배트-로덴 DAUK 회장은 "NHS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상처받고 탈진한 상태에서 NHS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3년 안에 NHS를 그만두겠다는 의사가 나타나는 현상은 정부가 의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배트-로덴 회장은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의사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부 측은 "NHS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NHS 인력 계획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으며, 의사들의 건강 증진을 돕기 위해 실질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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