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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배신` 테슬라, S&P500지수 편입 실패…외신 "지구상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빠졌다"
입력 2020-09-05 10:57  | 수정 2020-09-12 11:37


'글로벌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를 따내며 한국 개인투자자 투자 열풍 한 가운데 섰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결국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지수에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성장기업으로서 증시 '언더독'(경쟁에서 열세인 약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 심리까지 끌어보았던 테슬라는 S&P500 지수 편입 기대감 속에 올해 주가가 500%뛰었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되면서 주가 급락세가 이어졌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S&P500 지수 위원회는 이날 뉴욕증시 본 거래 마감 후 보도자료를 내고 S&P500 지수 구성 종목 일부 교체를 발표했다. 지수 위원회는 "세무법인 H&R블록과 화장품 업체 코티, 백화점 체인 콜스가 지수에서 빠지고 도소매 생활용품 자재 온라인 상거래업체 엣시와 반도체 제조업체 테라다인, 제약업체 카탈란트가 새로 편입된다"고 밝혔다. 이번 구성 종목 변경은 오는 21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S&P500 지수 편입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테슬라는 뉴욕 증시 본 거래에서 주가가 2.78% 올라 1주당 418.32달러에 마감했지만 위원회 발표가 나온 탓에 시간 외 거래에서 6.41%급락했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 내 '미국 주식 투자 열풍'속에 테슬라는 애플과 더불어 한국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선호도 1~2위를 달려왔고 최근 등장한 로빈후더(중개 수수료 무료 앱 '로빈후드'을 사용하는 미국판 청년 개미)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4~6월)를 포함해 네 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S&P500 지수 편입을 위한 객관적 조건을 충족하면서 주가 급등세를 자랑해왔다.
이 때문에 4일 테슬라의 지수 편입 실패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날 CNN은 "다우존스S&P500 지수 위원회가 지구 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를 지수에 편입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원회는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를 넣지 않고 작은 기업 세 곳을 추가하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S&P500 지수 편입 여부는 객관적인 요건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위원회가 기타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트랙의 닉 콜라스 연구원은 FT인터뷰에서 "위원회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테슬라의 네 분기 연속 흑자 성적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견고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테슬라에 비교적 후한 목표 주가를 부여해온 증권사 웨드부시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간단히 말해 테슬라가 S&P500 지수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강세장(bull)에 중요한 흠집을 내게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사실상 잠금 장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웨드부시는 테슬라의 기본 목표 주가를 380달러로 보면서 강세장인 경우 7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간 월가에서는 '성장기업'으로 통해온 테슬라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테슬라가 지난 1일 50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을 전후해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왔다. 2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테슬라 목표 주가를 기존 350달러에서 550달러로 끌어올렸고, RBC캐피털은 기존 170달러에서 290달러로 올려잡은 바 있다.
한편 버버리 뷰티·알렉산더 맥퀸·휴고 보스 등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화장품 제국' 코티는 S&P500 지수에서 퇴출 당하는 신세가 됐다. S&P500 지수는 뉴욕증시 3대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우량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 지수는 '기술주 중심' , S&P500 지수는 '대형주 중심'으로 통해왔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진 모양새다.
코티는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로 재택 근무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영향으로 사람들이 화장을 하지 않고 향수도 잘 쓰지 않는 등 소비 성향이 변하면서 매출 직격탄을 받았다. H&R블록은 고객사들의 실적 악화·정부 세금 감면 움직임 여파를 받았고, 백화점 체인 콜스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파로 오프라인 판매 매출이 급감하면서 공매도(Short-sellers) 세력이 따라붙기도 했다. 반면 엣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집에서 '스스로 만들기'(DIY)를 비롯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소규모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어왔다.
S&P500 지수는 매년 분기마다 구성 종목 변경 작업이 이뤄진다. S&P500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위원회가 객관적 수치와 기타 평가 를 나눠 평가한다. 수치 기준으로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로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증권거래소 혹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회사 증권이 거래 되어야하며 ▲미국 일반회계기준(GAAP)기준 네 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야 하고 ▲시가 총액이 82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나스닥 상장(2010년 6월 상장) 기업으로서 22일 기준 시가 총액은 2951억 7200만 달러이고, 네 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객관적 수치 기준을 충족했었다. 다만 기타 평가와 관련한 위원회의 주요 고려 사항은 ▲미국 시장 대표성 ▲ 자금력과 회사 규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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