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으로 한 달 만에 서울 내 임대차 분쟁 조정 상담이 3배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월세 세입자에게 한 차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계약 갱신 시 보증금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도록 한 임대차법이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됐지만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7월 31일 이후 8월 31일까지 한 달간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접수한 상담 건수는 총 5620건으로, 전년 동기(2218건)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특히 임대차와 관련한 상담 실적은 같은 기간 1539건에서 5090건으로 3.3배나 뛰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감정의 골이 격화돼 분쟁 상담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이전에 임대보증금을 5% 범위보다 상향해 올리기로 집주인과 세입자 쌍방이 합의했는데, 법 시행을 근거로 세입자가 임대보증금 상향을 낮출 것을 요구하면서 집주인과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나가기로 합의했던 세입자가 갑자기 '변심'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계약 갱신 예외 사유 역시 모호하게 기술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임대차법 개정안 6조 3항에 따르면 임차인이 주택의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혹은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중대한 파손'인지,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가 불분명해 현장에선 이 조항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가령 임차인 A씨가 벽에 못을 막아 액자를 걸어놨는데, 이에 대해 집주인이 사전에 협의가 없던 중대한 파손이었다고 주장하며 A씨를 내쫓을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법 해설집에서 "하자가 있거나 보수를 요하는 임차 목적물이 있다면 계약서에 명기하고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해 놓는 것이 추후 분쟁이나 시비를 막을 수 있다"고 서술했지만 법 시행 이전에 계약한 건은 대부분 이와 같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