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들이 할 말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다. 자식, 손자 세대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얘기다."
평소에도 일본사회에 대한 쓴 소리로 유명한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이번엔 아베 정권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 지유 등의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그는 닛케이비지니스 최근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제조업 공장의 국내복귀, 산업보호 등을 하려고 하지만 실행할 돈이 일본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사람이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현상황을 물러설 곳이 없는 '최악'으로 규정했다. 야나이 회장은 "국제관계만 생각해보면 러시아, 한국, 북한, 중국에 둘러싸여있고 동맹국 미국도 대통령이 저 상태인데 너무 맞춰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정권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관계 구축이 일본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은 중국과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안보면에서 미국과 동맹국으로 살지 않으면 안되지만 과잉동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리밸런스(재조정)을 하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중갈등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란 질문엔 신념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니클로는 전체 2234개 매장 중 33% 가량인 745개 매장(5월말 기준)을 중국 본토에서 운영 중이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중 팩스에 의존하는 확진자 관리 시스템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도쿄만 하더라도 도쿄도청에 있는 팩스 2대로 정보를 취합하다보니 검사 후 통계처리까지 통상 3일이 걸린다는게 일본 언론들의 지적이다. 일본 정부에서 정보 일원화를 위해 허시스란 신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예전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기술적으론 금방 가능한 얘기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정보화를 하려니 아무것도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만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문제가 관료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권을 내각에서 틀어쥐면서 이렇게 됐다"며 "손타쿠(알아서 눈치보는) 사람만을 중용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에서 내각 인사국을 설치해 고위 관료에 대한 인사를 직접 실시하는 것을 겨냥한 얘기다.
그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기업인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나이 회장은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도 망가지고 경제가 망가지면 또 정치도 망가진다"며 "정치와 경제는 하나인만큼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며 "개인과 기업모두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해야할 말은 꼭 해야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야나이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패션산업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더 이상 번화가의 대형매장에 가서 쇼핑을 하는 습관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상거래나 주거지 근처에서 이뤄지는 사업이 더 커질 것"이라며 "(유니클로 역시) 업사이징(규모확대) 해나갈 요소가 없다보니 다운사이징(규모축소)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의) 시계가 더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위기감을 갖고 있으며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의식이 높아진)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두번 다시 변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존 타성대로 했다가는 진짜 무너질 것인가, 사업을 접을 것인가, 다른 기업에 팔릴 것인가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패스트리테일리은 올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1조 9900억엔, 약 22조원)과 영업이익(1300억엔, 약 1조4578억원)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13%와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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