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가 K9 자주포를 호주에 수출한다.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문 등을 포함해 계약규모가 최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방산업계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호주 국방부는 이날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Land) 8116' 자주포 획득사업의 우선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호주법인(HDA)을 주축으로 호주 정부와 제안서 평가와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한 후 내년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시뮬레이터 등 기타 지원 장비 도입과 교육 훈련 및 후속 군수지원을 포함하는 이번 사업에 호주 정부는 총 1조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호주 군이 한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첫 사례이자, K9 자주포가 호주 사업에 도전한 지 10년 만의 결실이다. K9 자주포는 2010년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 최종 우선협상대상 장비로 선정됐지만 예산 문제 등 현지 사정으로 2012년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가 지난해 2월 멜버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지화 노력을 기울인 것이 우선협상자 선정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정상적인 생산 및 해외 납품을 이어가며 구매국가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점도 수주 배경으로 꼽힌다.
리처드 조 한화디펜스 호주법인 대표(상무)는 "현지 자주포 생산·정비 능력을 구축해 최고 성능의 장비를 호주 육군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K9 계열 장비를 운용중인 다른 국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K9 자주포는 한국 방산 수출을 이끌고 있는 대표 장비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약 600여 문이 수출됐으며 추가 수출 협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 1700여 대의 K9 자주포가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이다. K9 자주포는 경쟁 제품인 독일 PzH2000 자주포 대비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가 높다. 사막에서 설원까지 다양한 작전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한데다 최근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하는 등 실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자주포 사업 우선협상자 대상은 2022년 최종 후보 기종 선택을 앞두고 있는 호주육군 미래형 궤도장갑차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정부가 자주포와 궤도장갑차 도입 사업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현지 중소 납품업체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의 '현지화 조건'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K9 자주포 사업의 경우 현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약 3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라며 "레드백 사업의 경우 호주 포탑 제조사인 EOS와 손잡고 수주전에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주정부와 협력해 현지 공장설립을 추진하는 등 호주 정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육군은 현재 차세대 궤도형 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 등 400여 대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갑차 도입 예산만 5조원이 편성돼 있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로,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지난해 9월 최종 2개 후보 장비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오는 11월부터 약 10개월 간 호주 육군 주관으로 현지 시험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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