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잇달아 북상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잦은 비에 야생 멧돼지 차단용 울타리가 유실되거나 하천·토사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강원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야생 멧돼지 ASF 확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당국이 양구 방산면·해안면 현리와 남면 적리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3마리) 시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ASF로 확진됐다.
또 인제 서화면 서화리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인제의 경우 지난 14일 처음 ASF가 발생하고 난 뒤 이번이 7번째다. 이로써 강원지역 ASF 발생 건수는 335건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태풍이 잇달아 북상하면서 ASF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태풍 '바비'에 이어 '마이삭'이 북상해 2~3일 강원지역에 최대 400㎜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또 다른 태풍 '하이선'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폭우가 계속되면 하천과 토사 등에 의해 ASF 오염원이 쓸려 내려가고, 방역 울타리가 유실돼 야생 멧돼지 이동 범위 또한 넓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장마 때 울타리 곳곳이 파손되거나 유실되면서 일부는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화천과 인접한 춘천에서도 지난 달 26일 처음으로 ASF가 확인되는 등 발생 지역이 점차 남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바이러스 오염이 우려되는 접경지역 하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농가를 대상으로 일제 소독에 나설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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