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도미타 대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계속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일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미타 대사를 접견했다. 이번 만남은 도미타 대사가 이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장관은 인도협력, 작은 교역 등 취임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이 장관은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언급하면서 "한일이 함께 동북아 평화의 꿈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에서 인류 평화를 위한 3개의 빛이 올라오고 있다"며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의 평화의 기운이 도쿄올림픽에서 이어지고, 이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서도 계속 평화의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했던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일본 정부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일본 내부 일각에서, 급속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전해들었다"며 "그러나 대다수 일본인들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확실하게 지지해주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세 조성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져 일본에게도 매우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일본이 넓은 시야와 큰 마음으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발전의 노력을 지지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도미타 대사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관계개선의 길을 인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도미타 대사는 "북한에 대한 정책의 우선도에 있어 (한일간)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점에선 한일은 완벽히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미타 대사는 이 장관이 설명한 동북아 평화 구상에 대해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을 둘러싼 여러 현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 북미간 비핵화 프로세스가 침체된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미간 합의가 신속히 이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유엔안보리 결의도 계속해서 이행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 강화에 방점을 둔 미일 동맹의 대북정책 기조를 강조한 셈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다짐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도미타 대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부 들어서도 계속해서 납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 문제에 관한 계속된 한국정부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도미타 대사는 "일본의 대북정책은 항상 일관돼왔다"며 '일북 평양선언을 토대로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일본의 일관된 대북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이 장관은 건강 문제로 조기 사임하기로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빨리 쾌유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에 도미타 대사는 "어떤 후임 총리가 되도 한일관계를 중시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공헌할 수 있는 분일 것이라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