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배당주펀드 울상…올해만 2조원 유출
입력 2020-09-01 17:40  | 수정 2020-09-01 20:02
저금리에 힘입어 한동안 투자 피난처로 인기를 끌던 배당주 펀드가 거센 환매 행렬에 고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조원 규모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여파로 고배당주들이 잇따라 배당 삭감을 발표하고 있는 데다 증시에서는 성장주가 독주를 이어가면서 배당주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2조851억원 줄어들었다. 최근 석 달 동안만 1조3625억원이 빠졌다. 1년으로 시계를 넓혀보면 유출 금액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테마별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가파르게 감소했다.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쓸어담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배당주 펀드는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을 담은 펀드다. 은행, 증권, 정유, 화학 종목이 대표적이다.
은행 이자율을 훌쩍 뛰어넘는 배당을 또박또박 내준다는 점이 배당주 펀드의 투자 매력이다. 그러나 최근 기술주와 바이오주가 증시를 주도하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성장주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연 한 자릿수가 고작인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배당주 펀드를 최근 환매한 한 개인투자자는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미래의 배당보다 현재의 시세차익에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배당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최근 배당주 펀드 자금 유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으로 통하던 에쓰오일(S-Oil)은 올해 중간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17년부터 꾸준히 중간배당을 해온 SK이노베이션도 올해는 중간배당이 없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고배당으로 유명하던 두산은 그룹이 매각 이슈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1분기 배당을 포기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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