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시진핑 눈치보나…한미일 안보공조 불러도 안 간 한국
입력 2020-09-01 15:31  | 수정 2020-09-01 16:00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출석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미국과 일본이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곧바로 외교장관 통화까지 이어지며 동맹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한국만 쏙 빠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초청을 받아도 가질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의도적으로 외톨이를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미일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 장관급 논의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과제를 논의하며 협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이번 논의에 끼지 못하며 미국 주도 외교안보 공조에 또 한 번 소외됐다는 평가다. 지난번 미국의 한미일 3자 국방장관 회동 제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대북 관계 등을 고려해 거절한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일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두 장관이 "규범에 따른 질서 유지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우선순위에 대한 조율을 논의했다"며 "지역 및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미일 동맹 및 공동의 헌신에 대한 공고함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통화 후 트위터를 통해 "미일 동맹은 지역과 세계의 법치 및 평화와 안보 보장의 열쇠"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외교장관 간 통화는 진행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3국 장관 간 통화 제안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한미 혹은 한일 간) 장관급에서 몇차례 통화한 바 있으며 얘기할 사안이 있으면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승환 기자]
앞서 지난 29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미국령 괌에서 국방장관 회담도 가졌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에스퍼 장관은 주변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의 행위에 반대하는 한편 한미와 3자 협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했다.
하지만 당초 미국의 구상은 괌에서 '한미일 3자 국방장관 회동' 개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전에 한국 정부에 참가 제안을 했지만, 국방부는 코로나19 영향, 시간 조율 등을 이유로 불참 통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가 연내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반중 연대로 비쳐질 수 있는 한미일 안보 협력 논의에서 한 발 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남북관계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대북 관련 메시지가 언급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일본 NHK방송은 미일 국방장관이 이번 회동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의 불가역적 폐기, 중국의 미사일 대비 통합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방부 장관에게 있어서 우리의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보다 더 긴급한 사안이 무엇이었을까"라며 "우리가 당사자인 북한 문제, 동북아 문제를 미일 국방장관이 논의하는데 우리 국방부 장관이 빠진다면 5000만을 책임져야 하는 우리 국방의 갈 길이 어디인지 정부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최근 한미 외교·국방 당국자가 만날 때마다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우려를 심화시킨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6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양자 간 입장 차이가 커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논의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질서 개편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호주·인도·아세안 등이 협력해 중국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급망 형성 구상을 곧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계획은 곧 미국이 설계하고 있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비건 부장관은 31일 다시금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에 한국의 참여를 주문했다. 그는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 연례회의'에서 화상 대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등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국가를 포함하는 다자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며 "역내 국가의 참여와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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