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돼지 머리에 칩 심은 머스크…"조만간 인간 두뇌에 칩 심는다"
입력 2020-08-30 14:41 

전기차 시대를 열고, 민간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창업자 일런 머스크가 이번에는 돼지의 두뇌 안에 마이크로칩을 심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인간의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 척추 손상 등을 치료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그는 최근 돼지 두뇌에 칩을 이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런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음을 선언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설명회를 통해 일런 머스크와 그의 뇌신경과학 벤처회사 '뉴럴링크'는 뇌에 23mm X 8mm짜리 칩을 심고 2개월 동안 생활한 돼지 '거트루드'를 공개했다. 이밖에도 한 차례 칩을 이식한 적이 있는 돼지 '달시'도 건강한 상태로 공개했다. 칩을 이식·탈착한 상태에서 부작용이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거트루드'가 움직일 때마다 이식된 칩이 뇌파를 컴퓨터에 전송하는 모습도 시연됐다.
칩을 이식한 돼지 `거트루드`의 모습 [뉴럴링크 유튜브 캡쳐]
뉴럴링크는 또 이날 업데이트된 뇌파측정 칩을 발표했다. 해당 칩은 뇌 속에 이식돼 수집한 뇌파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한다.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밴드를 뇌에 착용한 것과 같다는 것이 일런 머크스의 설명이다. 그는 "두개골의 '핏빗'(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밴드)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뇌의 피질 정도 수준에서 전극을 통해 신호를 수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신경세포가 밀집돼 있는 뇌 깊은 곳의 회색질의 신호까지 수집한다는 것이 뉴럴링크의 목표다. 뉴럴링크는 해당 칩을 1시간 이내에 두뇌에 이식할 수 있는 로봇 V2도 이날 발표했다.
일런 머스크는 뉴럴링크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이유에 대해 일차적으로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각종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들어가 있는 칩을 뇌에 이식함으로써 알츠하이머, 마비, 기억력감퇴, 우울증, 청각손실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미 뇌에 전극을 심어서 간질 등을 치료하는 기술들은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뉴럴링크는 나아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칩을 통해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이식하며 재생하는 기술까지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생을 여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것이 뉴럴링크에 담겨있는 일런 머스크의 구상인 것이다. 그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뉴럴링크에 많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뇌에 이식될 수 있는 뉴럴링크의 칩 `링크V0.9`의 모습. 무선충전이 가능하다. [뉴럴링크 유튜브 캡쳐]
한편 일런 머스크는 이날 뉴럴링크의 칩 '링크V0.9'가 미국 FDA(식품의약안전국)의 '대혁신 장치' (Breakthrough Device) 프로그램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승인을 받게 되면 FDA 전문가들이 함께 나와서 해당 제품의 임상과정을 리뷰하게 되고, 정식허가 신청 또한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뉴럴링크는 또 조만간 사람의 두뇌에 칩을 심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승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런 머스크는 2016년 뉴럴링크를 설립했고, 자신의 자금 1억 달러(약 1183억원)를 포함해 모두 1억 5800만 달러 (약 1774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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