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공지능, 소화기내시경도 대체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8-30 10:30 
인공지능(AI)로 대장암의 발병 예측이 가능하다. 조직 원본 사진.

의료계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비단 알파고 이후의 일은 아니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의 의료계 적용을 위해 많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알파고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과연 국내 의료 인공지능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곽민섭 교수에게 자문했다.
◇저렴한 의료비로 풍부한 영상 데이터 보유, 이미지 진단 AI 성장 밑거름
의료분야에서 AI의 영향을 받는 첫 번째 분야는 병리학, 방사선학 및 내시경 검사와 같은 의료 이미지 기반 진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오랫동안 디지털 의료 이미지를 축적해 딥러닝의 핵심인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도학습을 통해 안과의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망막 평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준하는 능력으로 검사 영상을 판독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논문이 다수 출판되고 있다.
◇놓칠 수 있는 의심부위 표시해 능력 보조하는 형태로 개발 중
소화기내시경도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곽민섭 교수는 논문을 통해 위장관 내시경 검사의 딥러닝 개요를 소개했다. 이는 국제학술지 'Gut Liver'에 게재됐다. 위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때, 의사는 내시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장기를 보면서 특정 병변이 없는지 열심히 찾고, 찾은 병변이 어떠한 종류의 병변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능력은 의사별로 차이가 있으며, 검사 당시 의사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이 병변을 놓쳐도 병변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다면 인공지능이 화면에 표시해 의심 부위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이 개발 중이다. 또한 발견된 병변이 이떤 종류의 병변이 의심되는지도 제시를 해주는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있다.
인공지능(AI)로 대장암의 발병 예측이 가능하다. 사진은 대장암 조직으로 암을 판별하는 모습, 보라색 부위가 암으로 예측되는 부위이다.
◇전문의에 준하는 영상 판독능력, 그러나 한계점도 명확해
정확도도 매우 뛰어나다. 1,750명의 환자로부터 2만 7,335개의 위내시경 이미지를 사용해 자가학습을 시킨 인공지능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위 내의 특정 해부학적 위치를 인식할 수 있었으며,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염을 약 85%의 정확도로 감별했고, 위암에 대해서는 71개의 병변 중 70개를 올바르게 감지했다.
하지만 아직 AI를 이용한 진료는 한계가 명확하다. 곽민섭 교수는 "AI는 의사가 내시경 이미지의 해석에서 의료 오류를 줄이고 의료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도움 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하여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향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이러한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현재까지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의사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보조해 주는 역할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의사 능력 상향 평준화시키는 보조 역할 기대
터미네이터, A.I.와 같은 영화에서 보듯이, 인공지능 도입 초창기에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사람을 대체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인공지능을 이용해 의사가 대체되기 보다는 의사 능력을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의사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목표물이나 병변이 발견되어 제거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 선택은 의사의 몫이다. 최종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이고 결정에 따른 책임도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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