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베 전격 사임 발표에 日정가 발칵…"상상하지 못했던 일"
입력 2020-08-28 16:07  | 수정 2020-09-04 16:37

지병 악화설이 끊이지 않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병의 악화로 인한 국정에 지장이 발생하는 상황을 피하겠다"며 사임을 밝혔다. 후임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한다.
아베 총리는 누적 재임일수 3169일(28일)로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2012년 12월 재집권 후로부터 따져도 7년 8개월여 만이다. 다만 10년전 1차집권 때처럼 지병으로 사임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아베노믹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빛이 바랬으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헌론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날에도 아베 총리는 정해진 일정을 수행했던 상황이라 일본내에서는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정상은 이날 아베 총리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NHK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차기 후보이자 자민당 간부을 맡고 있는 기시다 정조 회장도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싶다"고 답하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민당에선 이날 오후 3시께 임시 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갑작스런 사임 발표와 함께 일본 정국은 한동안 혼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베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17세에 발병한 궤장성 대장염이었다. 한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지병이 악화된 것은 올 들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로와 함께 여론의 급속한 악화로 스트레스가 중첩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09년 이후 사용해온 약물들이 효과가 없어지면서 혈관투석과 비슷한 '혈구성분제거법(GCAP)' 치료 등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무 수행이 어렵다는 의료진의 조언 등에 따라 결국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연속 재임일수 기준으로도 최장 기록을 세운 것도 사임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6일 관저에서 피를 토하는 등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근에 2주 연속으로 병원을 방문하면서 건강이상설과 함께 사임설이 급격히 확산됐다.
아베 총리의 사임과 함게 후계 레이스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타로 방위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후임자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로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이 때문에 비상내각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아베 총리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닛케이 지수는 한때 600엔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 후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과 지구본 외교란 이름처럼 광폭 외교행보를 통해 일본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난 2017년 이후 사학스캔들·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등 각종 권력형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여론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도 높아졌다. 특히 올 들어 코로나19 초기 대응 과정에서 혼선이 이어지면서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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