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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십시일반` 김정영 "김혜준X오나라와 연기 호흡 좋아…첫 주연 즐거웠다"
입력 2020-08-25 07:00 
김정영은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아 연극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내공을 유감없이 뽐냈다. 제공| MBC `십시일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기자]
첫 주연작에서 믿보배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배우가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극본 최경, 연출 진창규)에서 지설영 역을 열연한 김정영(48). 연극 무대에서 다져온 김정영의 연기력은 지설영이라는 맞춤옷을 만나 빛을 발했다.
주연은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하는 것이 당연한 공식처럼 생각되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아 당당하게 실력을 입증한 김정영을 '십시일반' 종영 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김정영은 "이제야 종영한 것이 실감 난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하고 찍었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다.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영이 맡은 지설영은 살해당한 500억 원 대 자산가인 화가 유인호(남문철 분)의 전 아내이자 성공한 연극연출가. 극 말미 사랑하던 남자 유인호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지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매회 새로운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며 의혹에서 살짝 비켜나 있던 지설영이었기에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결말이었다.

김정영은 "7부에서 공개된 살해 장면을 1부 찍을 때 같이 찍었다. 감독님이 '지설영이 범인'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극 중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분명히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진범이라는 것을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범이라도 있을 줄 알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추리를 거듭하기도 했다고.
김정영은 "마지막 회까지 나오고 나서야 '내가 진범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역할인데도 안 믿었고 배우들 역시 진짜 있을지 모르는 진범을 매번 추리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지설영은 유인호에 깊은 원한이 있었다. 유인호의 외도부터 혼외자가 생긴 것, 이와 맞물려 자신의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것이 그랬다. 무려 20년이나 쌓아둔 원한에도 지설영은 유인호가 고통스레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마치 피해자인 양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장면에 대해 묻자 김정영은 "지설영, 유인호의 모습을 같이 찍은 뒤 유인호가 죽는 모습, 지설영이 지켜보는 모습을 각각 따로 찍었다"고 설명한 뒤 "잔혹한 킬러가 아닌 다음에야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더라. 그래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20년을 지켜보던 사람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인데 냉혈한이 아니고서야 나름의 고통이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감정선을 표현했다. 저절로 눈물도 났는데 이 장면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정영은 또 "지설영이 왜 유인호를 죽였는지 알겠더라. 너무 사랑해서 죽인 것"이라며 "유인호가 너무 재수없지만 독특하고 유아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순진한 엉뚱함이 있다. 이런 면을 지설영이 사랑했겠구나 싶었다. 연기하면서 지설영이 유인호를 그냥 예술가로서 사랑했겠구나 느껴지더라. 배신감에 이혼은 했지만 아프다고 하니 곁으로 돌아간 것도 사랑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해가 안된다. 20년을 지배한 애증이 느껴졌다. 깊은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고 지설영에 100% 몰입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정영은 지설영에 감정을 몰입하며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다. 제공|MBC `십시일반`

지설영이라는 캐릭터는 해석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성공한 여성 연극연출가라는 사회적 타이틀과 유명 화가의 아내, 대저택의 안주인이라는 이미지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 어떻게 해석했는지 묻자 김정영은 "여러 생각 끝에 대저택의 안주인을 베이스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정영은 "2월 말에 캐스팅 된 뒤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다른 배우들보다 보름 정도 늦게 준비를 하게 됐다. 의상부터 억양까지 모든 부분을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예술가 쪽에 초점을 맞췄다. 몇 회 촬영을 한 뒤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늘 미소를 간직한 대저택의 안주인으로 선회해 초반 촬영 분을 일부 재촬영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영이 참고한 것은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 김정영은 "미국 HBO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 시즌 2에서 메리 루이즈 라이트 역을 맡았던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봐달라는 감독의 조언에 드라마를 봤다. 인물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여유를 갖춘 미소를 짓고 있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참고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시청자와 함께 범인을 추리하는 형식의 드라마인 만큼 진범이라는 티가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김정영은 "제가 범인이 아닌 것처럼 연기했다. 감독님이 제게 '설영이가 범인'이라고 말해줬을 때도 아예 모르는듯 했다"고 밝혔다.
김정영은 "사실 저는 가장 유력한 인물로 박여사(남미정 분)를 꼽았었다. 원한이 있어 이 저택에 들어온게 아닌가 의심했고 혹시 딸 유빛나(김혜준 분)가 범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막연하게 저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범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 제가 범인이라는 감독님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영은 '십시일반' 배우들과의 호흡이 매우 좋았다며 칭찬을 시작했다. 김정영은 "극 중 매번 대립했던 유빛나 역 김혜준과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역할은 대립했지만 촬영이 아닐 때는 코드가 맞아서 놀랐다. 유독 우리 딸 같았다. 말투나 몸짓 등이 그랬다. 깨발랄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툭툭 던지는 애교가 많더라. 연기할 때도 흠잡을 곳 없이 다 좋았다"고 칭찬했다.
또 본처-내연녀 관계로 만난 김지혜 역 오나라에 대해 "젊음이 남은 지혜와 여성으로서는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자신의 일을 하는 설영이 잘 대비됐다. 내가 너무 촌스럽게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너무 다른 여성상을 연기하며 화면에 잘 담겼다"면서 이어 "저는 목소리가 저음이고 오나라는 발랄한 고음이라 여러 면에서 잘 맞았고 호흡 역시 참 잘 맞았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신에서도 연기를 하기 전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 서로 너무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무려 500 억 원이라는 엄청난 재산을 가질 수 있었던 유빛나와 유해준(최규진 분)이 돈을 포기하고 화가가 대리화가를 통해 작품 활동을 했다는 추악한 진실을 밝히며 극이 엔딩을 맞았다. 유산은 화가의 그림을 산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는데 사용됐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금액을 포기하고 권선징악으로 결말을 맺은 것에 대해 김정영은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불가능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500억 원이라는 돈은 뭐든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금액이에요. 현실적으로 보면 돈에 집착하는 독고철(한수현 분)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돈에 매달리는 인간의 탐욕을 드러내는 작품인 만큼 엔딩에서 '이 돈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주제 의식을 발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잘못된 욕망이 사람을 죽음에도 이르게 할 수 있는데 그나마 건전한 젊은이들이 있어서 잘 마무리 됐습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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