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허위·중복 매물 단속으로 저가 '미끼매물'이 사라지면서 전국적으로 매매·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손님들을 유인하기 위한 '최저가' 매물이 걷어지자 공급이 부족한 시장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고 이에 따른 집주인들이 '배짱 호가'를 던지면서다. 매물이 씨가 마르는 임대차시장은 특히 허위중복 매물 신고제가 겹쳐 전월세 구하기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아파트실거래가 분석 서비스 '아실'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매매 매물은 전북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특히 가장 많이 감소한 서울은 아파트 매물이 지난 17일 5만6451건에서 24일 4만1939건으로 25%나 줄었다. 1000건 넘는 매물이 올라와있던 서울 대단지 아파트는 매물이 100여건 안팎으로 줄었다. 9510가구 서울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일주일 만에 매매 매물이 504건에서 71건으로 86% 급감했다.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3002가구)는 237건에서 39건으로 83%나 줄었다. 광장동 광장현대3단지도 96건에서 42건으로 절반이상 반토막났다. ▶관련기사 A8면
호가는 급등세다. 실거래는 물론이지만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초구 서초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허위매물 단속이 시작된 이후 전용 97㎡ 전세 매물이 현재 호가 14억5000만원짜리 하나만 남아있는데 이는 직전 최고 실거래가 13억원보다 1억5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매물 감소로 전세는 이미 집주인들이 던지는 '호가'가 시세가 된 상황에서, 매물 감소도 이제 시장에 확연히 드러나서 집주인들은 '배짱 호가'를 던지고 실수요자들은 그 호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투명한 거래를 위해 도입된 법이지만 전세·매매 모두 매물 급감하는 기현상 속에서 시행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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