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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에서 소유로` 코로나시대 美주택시장…도심 월세 떨어지고 교외 주택 매매 늘어
입력 2020-08-23 13:32  | 수정 2020-08-25 14:07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에서 재택 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자리잡으면서 집 수리·인테리어 용품 유통업체 실적이 뛰었다. 올해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로우스는 `주주 배당금 삭감·지급 중단`을 발표한 다른 업계 기업들과 달리 분기별 배당금을 9%올리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제공 = 로우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팬데믹 속에 미국 부동산 시장이 임대에서 소유로 흐름을 바꾸는 모양새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일대의 임대료가 10% 급락하는 반면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신규 주택 거래는 20% 급증했다. 실물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내 집 꾸미기'가 인기를 끌면서 인테리어 업체들은 오히려 판매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현지 부동산 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택 시장 변화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저금리 영향일 뿐 아니라 재택근무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달 16일 이후 30년 만기 모기지론(미국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3% 밑으로 떨어졌다. [그래픽 제공 = 프레디맥]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월간 기존 주택 판매'보고서를 통해 7월 기존 주택 판매(총 586만 가구)가 6월보다 24.7% 늘어나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18일 상무부가 발표한 '월간 신규 주택 착공 건수'를 보면 7월 새 집 착공 건수(총 149만 6000건) 역시 6월보다 2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무부는 22.6%라는 증가율이 지난 2016년 10월 이후 최다폭이며 7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도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올해 2월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신규 주택 판매를 반영하는 지표다. 미국 주택 시장 거래량은 일반적으로 기존 주택 90%, 신규 주택 10%의 비중으로 구성된다.
상무부에 따르면 주택 매매는 주로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도심이 아닌 교외 지역 주택 매매 증가는 기준금리가 연 0.00~0.25%인 초저금리 경향과 더불어 재택 근무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의 경우 지난 달 16일 이후 30년 만기 모기지론(미국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3%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책 모기지론 업무 담당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20일 '30년 만기 모기지론 고정 금리'가 연 2.99%를 기록했다.
특히 뉴욕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 일대 임대 아파트 공실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운데 임대료가 각각 10%·11% 떨어졌다는 점은 재택 근무 효과로 볼 수 있어 눈에 띈다. 미국 부동산 데이터분석업체 스트리트이지에 따르면 7월 임대 매물로 나온 뉴욕시 주택은 총 6만 7300여 가구였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공실 상황을 맞았고 임대 수요가 줄면서 뉴욕시 맨해튼 일대 7월 평균 임대료는 3167달러로 1년 전보다 10 %떨어졌다. 임대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가격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15일 WSJ는 7월 샌프란시스코 원룸 아파트 임대료가 1년 전 보다 11% 떨어지는 등 6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임대료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심 주택 임대료가 떨어지고 교외지역 주택 매매 거래가 늘어나는 상반된 분위기에 대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현지 주요 부동산중개업체 밀러 새뮤얼의 조너선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재택 근무 효과로 도심 인근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더 많아 수요가 달라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재택 근무 영향으로 교외 주택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반대로 도시는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자리잡으면서 집 수리·인테리어 용품 판매업체 실적이 뛰는 모양새다. 로우스는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분기별 배당금을 9%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마빈 엘리슨 CEO는 "요즘 소비자들이 자신의 집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배당금 상향은 소비자들이 다른 부문 지출을 줄이고 집 수리·유지 관련 부문에 지갑을 연 결과 회사 매출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로우스는 앞서 19일 '2020년 2분기(4~6월) 실적'을 공개하면서 해당 분기 매출이 27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탓에 항공·에너지·관광·은행업종을 중심으로 다수 주요 기업들이 매출 급락세를 버티지 못하고 배당금을 삭감한다고 발표한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한편 또다른 인테리어 용품 판매업체 홈디포도 2분기 매출액이 380억 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3.4% 증가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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