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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다시 번지는데…조합 총회 직접출석 논란 재점화
입력 2020-08-23 11:40  | 수정 2020-08-30 12:07

서울 내 10인 이상 집회 금지명령이 내려질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조항을 피할 것으로 예상되던 단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거주 의무화 조항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참석해 창립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규정 때문이다.
도정법 제45조에 따르면 총회의 의결은 전체 조합원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창립총회·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등 조합원 재산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는 이보다 높은 기준인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 직접 출석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토지등소유자 수가 4065명에 달하는 압구정3구역의 경우 20%인 813명이 직접 모여야 창립총회를 열 수 있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적용을 피하려면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설립인가신청을 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17 대책에는 '올해 안에 조합설립신청을 마치지 못하는 단지는 실제로 조합원 분양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원 입주 자격을 얻지 못하면 현금 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최근 압구정3·5구역 등 일부 단지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려면 토지등소유자 간 이해관계도 정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진위 또는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자간 대면 접촉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추진으로 사업 동력을 얻으려던 정비예정구역도 난처한 입장이 됐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을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동의율을 2/3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설득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경우에는 공공재개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주민 설명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재개발 사업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재개발 사업 대상지 신청은 9월부터 받을 예정이었다.
코로나19가 전염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법·제도 적용을 유연하게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총회를 개최했다가 조합원 중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1565명이 자가 격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회 제한 등 조합 일정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4월 적용하려뎐 분양가 상한제를 3개월 유예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직접출석 조항은 그대로 남아있어 정비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총회 참석 의무화 조항은 과도한 규제"라며 "해킹 등 전자투표 도입에 우려 가능성이 있다면 최소한 의무 참석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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