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아프리카 대륙마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재료 사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아프리카가 '락다운' 되는 경우 배터리 주 재료인 코발트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전략자원 확보 차원에서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을 뒤로 하고 '자국 산업 살리기'에 나서 주요 금속 광물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 국제 정치 이슈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여온 호주는 중국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통화 가치가 올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식품·전략준비관리 기관이 최근 코발트를 '전략 광물 자원'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코발트 총 2000톤(t)을 구매 계획을 세웠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코발트는 니켈과 함께 전기 자동차 배터리 핵심 재료로 쓰인다. 중국은 성장산업으로 전기자동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코발트가 핵심 전략 자원이다.
중국이 이같은 사재기 계획을 세운 이유는 중국이 코발트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코발트 수출입 항구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대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 때문이다. 사태가 나빠지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데 아프리카 일대 국가들의 경우 공공의료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으로서는 코발트를 미리 구입해 쓸어담는 것이 유리해진다.
이달 코발트 가격은 10%이상 급등했다. 코로나19의 아프리카 내 확산세가 두드러진 탓이다. 2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코발트 1t 가격은 33045달러(약 3919만원)로 지난 달 31일(29050달러) 대비 13.75%뛰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다른 한 편에서는 철광석 가격도 빠르게 올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S&P글로벌플래츠 데이터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날 철광석 1메트릭톤(철 성분 62%이상 기준) 가격이 128.80달러다. 지난 달 말 대비 15.57%뛴 가격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에서 철강 생산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급등세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이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면서 정보기술(IT)분야 뿐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건설과 제조업 부양책을 강조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늘어난 것이 상승 배경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호주에 이어 철광석 2위 생산·수출국인 브라질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두 번째 최대 피해국으로 전락해 생산 차질을 빗는 여파가 더해졌다.
철광석 가격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 엇갈린다. 호주은행인 ANZ는 최근 보고서에서 "철광석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서 날씨가 추워져 계절적으로 건설업이 위축되면 철광석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피치솔루션스는 "소폭 하락 조정이 있겠지만 내년까지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광석 뿐 아니라 금과 구리 가격도 오름세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9월물)은 20일 기준 1트로이온스당 1939.80달러로 마감했다. 2050달러선을 기록한 지난 6일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20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구리 9월물도 같은 날 1파운드당 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19일에는 3.023달러에 거래를 마쳐 3달러선을 뚫으면서 2018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SJ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원 부국'인 호주 통화 가치도 올랐다고 전했다. 20일 호주에서는 환율이 1미국 달러당 1.39호주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9년 4월 이후 호주 통화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호주는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미권 첩보 동맹5개국)에 속하는 국가로 최근 중국과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중국으로부터 철광석·구리 등 금속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중국발 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금속 광물 시세가 나날이 오르는 반면 원유는 사정이 좋지 않다. 10월 물 미국 서부산 텍사스유(WTI)와 브렌트 유가 각각 간신히 1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을 오가는 상황이다. 19일 국제석유기구(OPEC)은 감산점검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이 연료 수요 회복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고전한 결과 뉴욕증시 3대 대표 주가 지수 중 하나인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내 에너지 부문 비중이 2.1%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석유업체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지난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전격 투자해 눈길을 끌었지만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 속에 자산 매각 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버크셔는 옥시덴털 보통주를 처분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신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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