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하반기 채용 시기를 앞둔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채용이 연기되거나 축소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공부할 공간도 여의치 않아졌고, 여기에 생활비 걱정까지 '삼중고'가 덮쳤습니다.
오늘(21일)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반기 때처럼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두렵다", "채용 일정이 다 밀릴 것 같다", "올해 안에 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등 걱정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27살 안모씨는 "상반기에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적은 신입 채용 규모가 더 줄었다"며 "하반기엔 좀 나아질까 싶어 이번을 노려보려고 했는데 채용 시즌과 맞물려 확진자가 또 급증하는 것을 보니 또 줄줄이 채용이 연기되고 취소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 일부 기업은 이미 면접 연기·취소…취업문 '바늘구멍'
며칠 연속 세 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지자 임시방편으로 면접을 취소한 회사도 다수입니다.
그제(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볼 예정이었다던 26살 박모씨는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면접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은 일정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공기업 무기계약직에 지원했던 29살 A씨도 "서류전형을 통과해 1차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채용이 아예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허탈하고 힘이 빠진다"고 했습니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된 취업문은 쉽게 넓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은 내일(22일) 예정됐던 공개채용 필기시험 일정을 9월 중순 이후로 잠정 연기했습니다. 한국중부발전도 이번 주말 치르기로 했던 2020년도 4직급·6직급 직원채용 필기전형을 9월 이후로 미루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상장사 53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회사는 전체의 57.2%로, 작년 하반기보다 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도서관은 문 닫고 카페는 불안…"갈 곳 없어"
설상가상으로 19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온전한 2단계'로 격상되면서 취준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도 문을 닫게 됐습니다.
영등포구에 사는 27살 박모씨는 "카페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통해 비말이 퍼질 수 있다고 해 도서관을 이용했다"며 "재개방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휴관한다니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취업준비생 26살 강모씨는 "그나마 얼마 전부터 대학교 도서관이 문을 열기 시작해 비용 부담이 줄었는데 다시 스터디카페에 가서 돈을 써야 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며 "스터디카페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사실상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취준생 24살 김종우씨는 "사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면서 가장 방역에 신경 쓰는 건 취준생인데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고 했습니다.
◇ 취업 준비기간 길어지고 아르바이트 줄며 생활비 부담
코로나19 사태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고 벌이가 없는 기간이 길어지자 취업준비생들은 생활비 부담에 따른 압박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27살 홍모씨는 "현재는 정부에서 나오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이번 하반기에 취직이 안 되면 내년부터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문제"라고 했습니다.
대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25살 김모씨도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가 이달 말로 끝나면서 생활비 고민에 직면했습니다.
김씨는 "생활비를 벌려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다 보니 불안함 때문에 원래 가고 싶어하던 기업보다는 일단 어디든 취업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