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이례적 `경제실패` 인정…간부들 잇따라 "우리 책임"
입력 2020-08-21 09:08  | 수정 2020-08-28 09:3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자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북한 고위간부들은 2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 일제히 당 전원회의 반향 기고문을 싣고 경제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장길룡 내각 화학공업상은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수행에서 경제발전의 쌍 기둥을 이루는 화학공업 부문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 원인은 우리 (화학공업)성 일군(간부)들이 전략적 안목과 계획성이 없이 사업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공업상은 화학공업을 책임지는 고위직으로 우리나라의 장관급에 해당한다.

김광남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도 기고문을 통해 "사실 최근 나라의 경제 전반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속공업의 맏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김철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함께 북한의 3대 제철소로 꼽힌다.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황해북도의 박창호 도당위원장도 "(전원회의 연설을 듣고)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군으로서 일을 쓰게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김정은)께서 큰물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경제실패의 책임을 저마다 자신에게 돌리는 등 자아비판적 태도로 나서는 것은 최근 북한이 강조해온 '멸사복무' 자세와 일맥상통한다.
또 앞서 지난 19일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그 책임을 간부들이 분담하려는 취지로도 분석된다.
노동당의 공식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 개최 일정이 5개월 뒤인 오는 2021년 1월로 잡히면서, 각 분야에서는 경제 성과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인호 내각부총리 겸 농업상은 "당이 제시한 알곡 생산목표를 점령하자면 아직도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부닥치는 도전과 난관도 만만치 않다"면서 "정면돌파전의 주 타격 전방인 농업 전선에서부터 기어이 승전고를 높이 울려야 한다는 자각이 엄숙히 새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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