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弱달러·해외여행 실종…7월 환전액 73%↓
입력 2020-08-19 17:42  | 수정 2020-08-19 20:12
전통적으로 여름휴가철 특수를 맞았던 외화 환전과 환테크 시장이 코로나19 여파와 달러 약세 현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은행 환전센터는 여름철이면 해외 여행, 어학연수, 유학 자금을 환전하는 수요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올해는 찾는 고객이 없어 한가하다. 상반기 안전자산 선호로 수요가 몰렸던 달러 예금도 지난달 중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개인 환전액은 2억4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억1000만달러(72.9%) 급감했다. 개인의 환전 거래가 끊기면서 환전액의 1~3%대를 받던 은행 환전 수수료 수익은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항 지점과 환전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최근 면세점 수익 악화로 매장 축소·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우리도 지점 구조조정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휴가철이면 경쟁적으로 내놨던 환전 수수료 우대 이벤트나 해외 여행객 경품 행사도 실종됐다. 간간이 출시되는 금융상품은 비대면 모바일 상품이다.

IBK기업은행은 외국 통화 환전과 보관 편의성을 높인 'ONE할 때 환전지갑'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프라인 점포가 아닌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아이원(i-ONE) 뱅크'에서 외화를 환전하고 따로 외화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기간 제한 없이 환전한 외화를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으로 한동안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달러 예금을 찾는 고객도 줄어들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 등 대다수 은행에서 7월 중순 이후 달러 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 금 등 대체 자산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 것도 달러 예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백석현 신한은행 애널리스트는 "달러 예금은 이자 수익이 거의 없고 환 차익만 노릴 수 있는 상품인데 지금으로선 달러가 강세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가져간다면 예금보다는 해외 주식 쪽을 늘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183.7원)보다 2.5원 오른 1181.2원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으로 3월 5일(1181.2원)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 막판에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원화값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안전자산 수요가 몰렸던 3월 20일(1280원)과 비교하면 7.7%나 오른 셈으로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 추세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낮은 저축률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재정 적자는 미국 달러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내년까지 35%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외 여행·유학 특수가 사라지자 국내 여행을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한 상품을 출시하는 곳도 있다. 농협은행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객이 위치 정보를 인증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NH가고싶은 대한민국적금'을 출시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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