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서울 강남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신부 A씨(27)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정부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며 결혼식에 초대할 수 있는 하객 수를 50명 미만으로 제한하면서,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가 진정되야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될텐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니 걱정"이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8일 서울·경기·인천지역에 '완전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집결하는 모임·행사가 금지됐다. 전시회·공청회·채용시험 등은 물론이고 결혼식·장례식 등 사적 모임도 마찬가지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확진자 발생 시 입원·치료비·방역비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결혼식을 앞둔 많은 예비부부가 난감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예식장이 최소한의 하객 인원을 미리 정해놓고 당일 그만큼의 하객이 오지 않더라도 보증인원 만큼 식대를 지급하는 '최소보증인원'제도와 위약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예상되나 정부가 발표한 안에는 이들을 돕기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
A 씨는 "내가 예약한 식장은 최소보증인원이 300명"이라며 "50명을 제외한 250명분의 식대, 대략 1000만원 이상을 공중에 흩뿌려야 하는 셈인데 화가 안 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한 마음에 전액환불도 알아봤는데 지금 취소하면 전체 금액의 30%를 내야 하더라"며 "드레스, 본식 촬영 업체의 계약상 위약금 문제도 있어 식을 안 올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혼·출산 장려한다더니 빚지며 결혼을 계획하는 신혼부부들의 상심은 어찌할 거냐"며 "최소보증인원 제도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달 말 서울 성동구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신부 B씨(30)는 "돈도 돈이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 아닌가. 또 결혼식이라는 게 하루 이틀 준비해서 되는 게 아니다. 수개월이 걸리는 일"이라며 "심지어 지난 6월 예정이었던 식을 한번 연기한 것이다. 축하만 받아도 모자란 데 '이 시국에' 식을 올려야 하느냐는 눈칫밥만 수십 차례 먹었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방역의 중요성은 백번 이해하나 이렇게 무작정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예비부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 시, 예식장 기존 계약 무효처리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해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3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기존 계약을 위약금을 물지 않고 취소하거나 예식 날짜를 변경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는 '결혼식', '결혼식 50명' 등의 표어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예비부부들의 원성이 커지자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고객이 원할 때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만약 예식업계가 공정위의 요청을 수용하게 되면 코로나19 탓에 식을 연기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동 시 예식 계약을 취소해도 별도의 위약금을 물 필요가 없다. 이날 정부는 위약금을 물지않고 식을 연기하고, 최소보증인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예식업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홍연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