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 시대 美부동산 `공유에서 소유로`…아마존, 뉴욕 위워크 빌딩 인수
입력 2020-08-19 11:24  | 수정 2020-08-20 12:08
코로나19 사태를 결정적 계기로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주` 사이먼프로퍼티는 백화점 자리를 `전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물류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아마존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아마존·사이먼프로퍼티]

'전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 '글로벌 금융도시의 상징' 뉴욕으로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마존은 한 때 상업용 부동산 시장 트랜드로 떠올랐던 '공유' 사무실의 상징 위워크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019)가 빠르게 퍼지는 등 전세계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도시의 모습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재택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하늘 높이 오르던 도심 주택 임대료가 내려가고 교외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는가 하면 상업용 부동산은 건물주가 바뀌고 건물 쓰임새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앞으로 2년 내 미국 주요 도시 6개곳에 진출해 일자리 3500여 개를 만들어 낼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워싱턴 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뉴욕 주 뉴욕·애리조나 주 피닉스·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콜로라도 주 덴버·미시건 주 디트로이트·텍사스 주 댈러스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뉴욕시에서 2000명을 추가 고용하는 것을 포함해 6개 도시에서 총 35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이번 아마존의 뉴욕 진출 확대로 건물주도 바뀌었다. WSJ는 최근 아마존이 '맨해튼 주요 지역' 뉴욕 5번가 소재 건물을 '공유 사무실 임대 서비스 업체' 위워크로부터 최소 10억 달러(약 1조 1845억원)에 사들였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해당 건물은 아마존이 눈독 들여온 곳으로 올해 초에도 매입설이 나왔다가 이번에 실제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위워크로부터 사들인 뉴욕 5번가 건물은 '뉴욕 명물'로 통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급 백화점' 로드앤테일러가 임대했던 곳이다. 11층 높이에 내부 면적은 66만 평방피트(약 1만 8300평) 규모로 지난 1914년 지어졌다.

건물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2월 위워크가 '공유 사무실 시대'를 본격화하면서 해당 건물을 캐나다 백화점체인 허드슨베이로부터 8억 5000만 달러에 사들인 후 공유 사무실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에 들어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결국 아마존에 팔게 됐다. 위워크가 허드슨베이로부터 해당 건물을 사들이기 전 세입자이던 로드앤테일러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이달 초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신청을 낸 상태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텍트 강자'로 부상한 아마존은 뉴욕 사무실을 확장하게 됐다. 아마존은 기존에도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지난 해 뉴욕에 제2 본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냈다가 세금 문제 등으로 한 차례 계획을 물렸다. 회사의 아르딘 윌리엄스 인력개발 담당 부사장은 이번 뉴욕 추가 진출 계획에 대해 "사무실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언젠가는 사무실로 인력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사무실 확장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재택 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사업 규모가 갈수록 빠르게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9일에는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관리업체' 사이먼프로퍼티가 기존 주요 고객사인 JC페니·시어스 백화점에 임대를 줬던 쇼핑몰 공간을 아마존 유통 허브로 바꾼다는 안을 두고 아마존 측과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구매·배송이 늘어나면서 고속도로나 주거지 인근에 자리한 상점들 중 경영난에 빠진 가게들을 물류창고 용도로 꾸준히 인수해왔다.
뉴욕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공룡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반면 중심 상가의 소매점들은 줄줄이 자리를 빼는 식이다.
앞서 11일 뉴욕타임스(NYT)는 '가게들이 맨해튼을 버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소호 거리'와 5번가 등 주요 상권에서 문을 연 매장은 H&M 정도다. 빅토리아시크릿 플래그십 매장은 4개월째 영업을 하지 않고 임대료를 밀리는가 하면 록펠러 센터 근처에 있는 갭 매장도 월세를 내지 못한 채 폐점했고 유명 레스토랑도 줄줄이 문을 닫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IT공룡인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은 '재택 근무 시대'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사무실만큼은 늘렸다. 지난 3일에는 페이스북이 맨해튼 미드타운 소재 대형 빌딩을 사무실로 임대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해당 건물은 과거 우체국이었던 107년 된 제임스팔리 빌딩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주택 시장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18일 미국 상무부는 '7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를 발표하면서 지난 달 새 집 착공 건수가 6월보다 22.6% 늘어난 149만 6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2.6%라는 월간 증가율은 지난 2016년 10월 이후 최다폭이다. 착공 건수도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올해 2월 이후 최대치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금융 도시' 뉴욕과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임대용 주택 공실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과 반대되는 분위기다. 뉴욕의 경우 18일 NYT가 데이터분석업체 스트리트이지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7월 뉴욕시에서는 임대 매물로 나온 주택이 총 6만 7300여 가구로 분석업체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공실 상황이다. 임대 수요가 줄면서 뉴욕 내에서도 임대료가 비깐 맨해튼의 7월 평균 임대료는 3167달러로 1년 전보다 10 %떨어졌다. 임대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가격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15일 WSJ는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대탈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7월 샌프란시스코 원룸 아파트 임대료가 1년 전 보다 11% 떨어지는 등 6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인근 주택 임대료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자리한 샌프란시스코 인근 쿠퍼티노 지역과 구글이 있는 마운틴뷰 지역도 같은 기간 임대료가 15%가 떨어졌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반된 주택시장 분위기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비도심 지역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했다. 밀러 새뮤얼의 조너선 밀러 CEO도 "재택 근무 효과로 도심 인근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트위터, 뉴욕의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 근무 체제를 중심으로 근무 형태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페이스북도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은 뒤에도 앞으로 10년 안에 직원 총 5만 2200여명 중 절반이 재택 근무하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내년 7월까지 재택 근무를 연장한다"면서 "직원들을 위해 1000달러(약 118만원)의 재택 근무 지원비를 추가 집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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