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학군·역세권…`집주인 甲 지역` 속속 월세전환
입력 2020-08-17 17:25  | 수정 2020-08-17 21:33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이후, 학군·역세권 등의 이유로 세입자들이 몰리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월세 수요가 많아 집주인들이 뚜렷하게 '갑(甲)' 위치에 있는 단지들의 경우,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기 수요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을(乙)인 세입자가 월세 전환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 같은 월세 증가 현상 심화는 세입자의 주거 부담을 더 증가시킬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이후 서울 내 30여 개 단지에서 월세 매물이 단지별로 각각 5~30%가량 증가했다. 아실은 인터넷 사이트를 기반으로 전월세 매물을 매일 업데이트하는데 전세는 100% 임차보증금 형태의 매물이며, 월세는 반전세를 포함한다.
30여 개 단지 중 2개 단지는 월세 비중이 전세를 초월하기도 했다. 고속터미널역·사평역 인근으로 핵심 학군을 가지고 있는 서초구 삼풍아파트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이 43건으로 월세 매물(40건)보다 많았는데, 17일 기준으로는 월세가 51건으로 전세(35건)를 앞질렀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임대차법과 종합부동산세법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수익이 더 나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풍아파트 전용 79㎡는 현재 전세 시세가 약 8억원인데 월세는 70만원(6억원 보증금) 혹은 100만원(5억원 보증금)에 매물로 나와 있다. 석 달 전 6억원 보증금에 월세가 5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거비 부담이 연 240만원(월 20만원) 더 높아졌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엔 전세가격 1억원당 보증금 30만원 정도로 전월세를 전환했는데, 이제는 35만~40만원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이 중개업소 전언이다.

노원역 인근 상계주공7단지도 월세 매물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전세 매물이 94건으로 월세(55건)보다 많았는데 그 격차가 줄더니 17일이 돼선 월세 매물이 57건으로 전세 매물보다 4건이 더 많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인데 신혼부부 임차보증금에 대해 서울시가 이자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다수 세입자들이 전세를 원한다"며 "하지만 집주인들의 경우 월세를 선호해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로 찾는 강남구 학군 지역도 월세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한티역 인근 약 3000가구 대단지인 도곡렉슬은 전월세 매물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7월 31일 29.3%에서 8월 17일 34.8%로 증가했다. 바로 앞에 있는 대치아이파크 역시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이 37.2%에서 45.5%까지 증가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중에서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세를, 그러지 않고 다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세입자 역시 전문직 부부 등이 많아서 월 100만~200만원대 월세는 감당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거상 아실 대표는 "학군 지역 아파트는 연식이 비교적 오래돼 건축물로서 가치가 크지 않아 전세가격을 엄청 많이 올리기도 애매하다"며 "또한 집주인들이 재산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 전세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더라도 더 수익률이 좋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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