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가치주펀드 흉년에도…신기술株 담은 상품 빛났다
입력 2020-08-17 17:06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가 운용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양극화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가치주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던 정통 가치주 펀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투자 콘셉트로 무장한 가치주 펀드가 빛을 발하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3.3%에 불과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2.79%)에 한참 못 미치는 부진한 성과다.
특히 한국밸류10년투자(-3.7%), KB밸류포커스(-3.4%), 신영밸류고배당(-0.3%) 등 설정된 지 오래됐고 규모도 큰 대표 가치주 펀드들 수익률이 저조한 편이다.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은 설정액이 1조9500억원에 달해 국내 가치주 펀드 중 설정액 1위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폭락을 미처 다 회복하지 못하면서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은 이달 초까지 -7.4%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었으나, 8월 들어 국내 증시 랠리에 힘입어 기준가가 7% 이상 오르며 13일 기준 연초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8.3%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은 지수보다 낮았다.
반면 같은 가치주 펀드인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는 올 들어 35%의 높은 성과를 올렸다. 1년 수익률은 61.7%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그 외에 KTB VIP밸류연금저축, 유경PSG액티브밸류, 한국밸류10년투자파이오니아 등이 모두 올 들어 높은 성과를 올렸으며 장기 수익률도 양호한 상황이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단순히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기업을 담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수익률 차이는 주로 업종에서 갈렸다. 전통적인 가치주 펀드들은 자동차, 철강, 금융, 에너지 등 구경제 업종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담은 반면 고수익을 올린 가치주 펀드는 주로 미래 성장성 있는 업종의 중소기술 회사나 소비재 회사에 투자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가 보유한 종목에는 아미코젠(제약용 특수효소), 리노공업(반도체 검사용 소켓), 다원시스(핵융합 전원 장치) 등 유망 업종 관련 기술 보유 업체가 다수 포함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 운용매니저는 "이들 대부분 업종 전망과 보유 기술 등을 고려해 매입한 뒤 7~8년 보유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치주 펀드는 지지부진한 성과 탓에 5년간 7조9000억원 거금이 빠져나가면서 현재 전체 운용설정액이 6조원을 밑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저금리 환경에서는 배당 성향이 높은 고배당, 가치주의 수혜를 노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오히려 금리가 낮은 만큼 미래 성장성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져 현재 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것이 성장주 랠리를 이끌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치주 투자라고 해서 주가 밸류에이션만 보면 사양 산업에 투자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치 투자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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