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원베일리 분양가 5500만원? 4382만원?…정부 마음에 달렸다
입력 2020-08-16 18:52  | 수정 2020-08-16 19:46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지난 7월 29일 시행됐다.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상한제가 당장 적용될 경우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분양가격은 지방자치단체 분양가 심사위원회 등이 토지비 감정액을 얼마만큼 인정하는지에 따라 3.3㎡당 4382만원부터 6600만원까지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철거가 진행된 래미안 원베일리 터. [이충우 기자]
◆ SPECIAL REPORT :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6년만에 부활 ◆
분양가상한제가 7월 29일부터 민간택지에도 적용됐다. 서울 강남과 서초·송파·강동·마포·용산·성동·동대문·노원 등 18개 구 309개 동과 경기 과천·광명·하남 등 3개 시 13개 동이 적용 대상이다. 현재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규제 중에서도 '끝판왕'으로 꼽힌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이 제도 하나로 크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 땅에 짓는 아파트에까지 전방위적인 칼날을 들이댄다는 뜻으로 참여정부 때도 마지막 정책 수단이었다.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7년부터 7년간 시행했던 분양가상한제는 공공·민간택지 모두에 적용했다. 이후 2014년부터 민간택지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격을 간접적으로 통제해왔다.
◆ 6년 만에 부활…조합들 유불리 따져
6년 만에 부활한 분양가상한제를 맞은 정비사업 조합들은 이해득실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을 마친 뒤 분양가상한제 적용가격과 HUG 승인가격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일각에선 분양가상한제가 HUG 규제보다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이들 아파트보다 추후에 분양할 단지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에 따르면 감정평가사 다수에게 의뢰한 결과 HUG 규제에 따른 분양가 3.3㎡당 4891만원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가 5500만원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이 의뢰한 감정평가사는 토지비를 산정할 때 표준지 공시지가의 2배로 계산했다.
◆ 상한제 '땅값+건축비'…땅값비중 70%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건축비와 토지비를 합해 계산한다. 토지비는 감정가를 기반으로 한다. 기본 토지비에 가산비가 붙을 수 있지만 연약지반이나 암반지반 공사비, 특수공법 비용 등이기 때문에 난공사가 아니라면 분양가 계산에 큰 변수가 되긴 힘들다.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로 구성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물가를 감안해 정부에서 고시하는 비용으로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조정된다. 가산비는 주택 품질 저하와 획일적 설계를 막기 위해 인정되는 비용이다. △홈네트워크 설비비 △법정 초과 복리시설 설치 비용 △친환경건축물 인증비 등 주로 고급 사양을 시공할 때 붙는다.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때 '변동값'은 기본 토지비와 가산 건축비라 할 수 있다. 특히 기본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분양가 중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선으로 알려져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토지비를 주변 표준지 공시지가의 2배로 계산한 이유는 2007~2014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던 아파트 사례를 참고했다. 예를 들어 2014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83.6㎡(대지지분 36.8㎡) 분양가격은 10억8800만원이었는데, 이 중 땅값이 8억1300만원으로 3.3㎡당 7290만원이었다. 주변에 비슷한 성질을 지닌 표준지(3종 주거지역) 공시지가가 3.3㎡당 280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60%를 인정받은 셈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서초푸르지오써밋 등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아파트도 이 수준에서 땅값을 감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가 택지비 검증…산정절차 까다로워져
문제는 앞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때 토지비를 산정하는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깐깐해져 조합이 원하는 만큼 인정받을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재건축·재개발 사업 택지가격을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이들 감정평가법인이 책정한 가격이 적정한지를 한국감정원이 다시 심의하도록 만들었다. 만일 감정원이 해당 택지비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정한 감정평가법인은 토지가격 감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감정원이 정부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인 만큼 감정원이 개입하면 정부 의도대로 택지 가격이 산정될 공산이 크다.
택지비 감정 기준도 바꿨다. 예전 법령은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애매한 문구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법을 개정·시행하면서 '주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라'고 명시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의뢰한 감정평가사가 정하고, 개별공시지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지자체가 감정평가사에게 맡겨 산정한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한 택지비 평가 역시 국토부의 가격 통제력이 훨씬 강화된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감정평가와 관련된 또 다른 법에 '개별지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한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에 지금 제도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표준지를 기준에 명시한 것만으로도 택지비를 책정하는 민간 감정평가사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감정평가 당시 미래 개발이익까지 반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놨다. 지금까지 택지비 감정평가는 땅 매입과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보는 '원가 방식'과 주변 지역 거래 사례를 감안하는 '비교 방식', 토지의 미래 가치를 고려하는 '수익 방식'을 적절히 섞어 이뤄졌다. 하지만 이젠 표준지 공시지가를 근거로 바꿔 원가 방식을 더 깐깐하게 적용하도록 하고, 수익 방식은 거의 쓰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 원베일리 분양가 땅값따라 출렁
실제로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이 계산한 결과 중에서 토지비를 주변 표준지 공시지가의 1.5배로 책정하는 순간 분양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주변 표준지인 반포자이 땅값(㎡당 2130만원)의 150%로 책정되면 이 단지 전용 84㎡ 기본 토지비는 11억5000만원으로 예상된다. 이 평형 건축비를 공급면적 3.3㎡당 1000만원 안팎으로 예상한다면 3억4000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분양가가 14억9000만원(3.3㎡당 4382만원)까지 낮아진다. 그나마 정부 일각에선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이 건축비를 계산한 과정도 높게 책정한 것 같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올 3월 기준 기본형 건축비(공급면적 3.3㎡당 633만6000원)를 고려하면 조합이 잡은 1000만원이 조금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서초푸르지오써밋의 3.3㎡당 건축비는 각각 630만원과 680만원으로 분양 당시 기본형 건축비(541만~553만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격은 전적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인 감정원, 지자체가 구성하는 분양가 심사위원회 판단에 달렸다는 게 정비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정비사업 조합 측에선 분양가를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사업성 예측이 쉽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조합 중에선 분양가상한제를 선택한 뒤 후분양을 강행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공시가격을 급등시키는 만큼 분양이 이뤄질 2~3년 후엔 땅값을 많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물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 분양을 2~3년 후로 미룬다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부분은 피할 수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가격을 HUG 통제 당시보다 5~10% 낮춘다고 공언한 만큼 가격 책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분양가가 적정한지를 두고 조합과 정부 사이 찬반 의견이 엇갈릴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 단기적으로 가격억제…장기효과 미지수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를 안정시켜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울 수 있다고 인정한다. 문제는 장기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은 집값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조합이 정비사업을 포기해 주택 공급을 막아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국토부 통계누리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통계에 따르면, 2007년 9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이듬해 아파트 물량은 '반 토막' 났다.
서울, 수도권,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에서 아파트 물량은 2007년 각각 5만28가구, 26만5454가구, 47만6562가구에서 2008년 2만1938가구, 13만421가구, 26만3153가구로 줄었다. 물론 2007년 수치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밀어내기' 분량이 쏟아진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이처럼 하락한 수치는 서울은 2010년, 수도권과 전국은 각각 2009년과 2015년에 이르러서야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인 2006년 수준을 회복하거나 넘어섰다. 분양가상한제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은 사례는 공공택지이긴 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분양가 심사를 의뢰했다가 3.3㎡당 2205만원이라는 충격적인 가격표를 받아들었다. 시공사가 책정한 가격(3.3㎡당 2600만원)과 차이가 컸지만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업이 한참 표류하던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11개월이 지난 올 7월이 돼서야 분양 시장에 나왔다.
'깜깜이' 분양가 심사위…회의록 봐도 산정근거 알수없어
공공택지 분양가 심사위 회의록엔 '가격심의 결과 모두적정' 한줄만…회의록 공개도 분양 끝난 후에
지난 3월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서 3.3㎡당 2195만원에 분양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과천 제이드자이. 매일경제 부동산부는 이 아파트 분양가격이 책정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분양가 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청구한 지 며칠 지난 뒤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서를 보내주지 않고 수도권 지사로 직접 오라고 연락했다. 한 기자가 성남 분당에 있는 사무실에 방문해 회의록을 열람했고, 몇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필사하려 하자 관계자가 제지했다. LH 관계자는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외부로 자료 유출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지자체의 분양가 심사위가 담당한다. 상한제 적용 지역과 시기는 국토교통부 등이 주축이 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정하지만 가격을 실제 결정하는 권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10명 안팎으로 구성하는 분양가 심사위가 갖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입주민 1명당 최대 수억 원의 재산권이 좌우된다. 주변 아파트와 시세 차이를 비교해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의무 거주 기간을 정하는 일도 심사위 몫이다.
정부는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심사위 명단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회의록에 기재될 내용의 세부 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 예외 조항이 은근히 많아 밀실 심사로 빠질 구멍도 존재한다.
심사위 회의록은 이미 상한제가 시행 중인 공공택지 주택 개발 사업에서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심사위 회의록을 공개하는 관행도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공공택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매일경제가 올해 공급된 서울 마곡엠밸리 9단지와 과천 제이드자이 분양가 심사위 회의록을 공개한 사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일어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마곡엠밸리 9단지 분양가 심사위 회의록은 가격 심의 결과에 대해 '모두 적정함'이라고 한 줄로 표시했다. 주요 논의 사항 중 실제 분양가가 어떤 방식으로 계산됐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별표 1의 2에 따라 적정히 계산했다' '마곡 9단지의 생활환경·위치를 고려할 때 전매제한 기간 산정을 위한 인근 지역 결정은 적정하며, 전매제한 기간은 10년이 적정하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공개된 회의록을 본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이 문서만 봐선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과천 제이드자이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자료 자체를 열람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또한 국토부는 분양가 심의가 종결되고 공개 요청이 있으면 심사위 명단과 회의록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공개 요청 시점을 입주자 선정 이후로 정한 부분은 시차를 지나치게 길게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파트 분양이 끝났는데 회의록을 뒤늦게 공개한들 큰 효과가 있겠냐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는 심의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심사위 위원 이름과 직위 등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도움 = 박윤예 부동산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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