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가 미국이 개발 중인 중거리 미사일을 향후 일본 등 아시아 관계국에 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청와대가 한·미 간 탄도미사일 사거리(800㎞) 제한 규정과 관련해 "안보상 필요하다면 이 제한을 해제하는 문제를 언제든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의 중거리 미사일 가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국무부 소속 군축 담당 대통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이 개발 중인 지상배치형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 "일본 등이 장래에 정말로 원하고, 필요로 할 방위 능력"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빌링슬리 특사의 발언이 향후 미국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 후보 지역으로 일본이 고려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하며 '중국 견제'가 가능한 전력으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사정 500~5500㎞인 지상배치형 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작년 8월 효력을 잃은 뒤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개발 중인 중거리 미사일의 사정이 1000㎞ 전후로 보인다며 미국령 괌 등에선 중국이 사정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에 배치할 경우 일본과 한국이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 양국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으로 미사일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에 대해 양국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한·미 간 이 같은 사정 연장 움직임은 중국 본토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동북아 역내 지정학에 중대한 갈등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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