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3%(반중 후보) vs 29.90%(친중 후보)
대만 선거 사상 최대 득표율 격차로 친중국 정당 후보가 반중국 정당 후보에게 대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타이베이타임스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치러진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에서 반중 정당인 민진당의 천지마이 후보가 친중 정당인 국민당의 리메이전 후보를 두 배가 넘는 격차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가오슝시는 대만 최대 항구도시로 전통적인 민진당 텃밭이었으나 2018년 시장 선거에서 친중 성향의 무명 정치인이었던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승리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2년만에 다시 치러진 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들이 다시 마음을 고쳐잡고 사실상 몰표 수준으로 반중 민진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대만 매체들은 보궐 선거 득표율이 나오자 깜짝 놀라며 "이는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보다 더 강력하게 반중 여론이 확산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하고 있다.
올해 1월 총통 대선에서는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과 국민당 소속 한궈이 가오슝 시장 간 양자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당시 반중 정서에 힘입어 차이 총통(57.1%)이 한궈위 시장(38.6%)를 가볍게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57%의 득표율을 두고도 역대급 승리라는 평가가 쏟아졌는데 7개월만에 치러진 가오슝 시장 선거에서 반중 여론이 70%대까지 올라간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가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한궈위 시장을 상대로 시민들이 탄핵을 이끌어내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한궈위 시장이 총통선거에만 집착해 가오슝 시정 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하며 지난 6월 주민 소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93만9090표, 반대 2만5051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한궈위 시장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만 선거 역사 상 주민 소환투표로 선출직 공직자가 탄핵되는 최초 사례이자, 당시 탄핵 찬성표(93만9090표)는 2018년 시장 선거에서 한 시장이 얻은 득표수(89만2545표)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1월 총통 선거보다 이번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에서 더 압도적인 반중 여론이 표출된 배경으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6월 말 중국이 적용한 홍콩국가보안법 사태로 "대만도 홍콩처럼 중국발 인권탄압에 처할 수 있다"는 국민적 위기감이 커졌다는 게 첫째 분석이다.
또 선거 직전 대만 민주화의 '큰별'이었던 리덩후이 전 총통이 타계한 것도 대만인들의 반중 여론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리덩후이 전 총통 역시 민진당 소속 정치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단교 이후 역대 최고위급 관료(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를 대만에 보낸 것 역시 가오슝 시장 보궐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의 압승을 도운 대외 변수로 꼽힌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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