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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애틋해라 그 바다, 전남 목포
입력 2020-08-13 17:1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골목마다 구슬픈 노랫가락이 흐르는 낭만 항구 목포. 목포 사람들에게 바다는 고마운 삶의 터전이자 원망스러운 이별의 공간. 그래서 바다는 은인이지만 가끔은 원수 같고 하나 뿐인 벗이 되어주기도 하며 목포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동네마다 ‘겁나게 넘치는 인정이 있고 발길 닿는 곳마다 ‘징허게 살아온 생이 있는 곳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여든네 번째 여정은 전남 목포로 떠난다.
목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다시 목포에 온 배우 김영철은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목포 한 바퀴를 시작한다. 지난해 9월에 개통한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총 길이 3.23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며 북항에서 고하도를 잇는다. 주탑 155m의 상공에서 케이블카의 투명한 바닥으로 내려다보면 갈매기가 발밑을 날아다니고 파도를 가르는 배들이 지나가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목포의 육해공 구석구석에는 어떤 숨은 보석들이 있을까? 목포의 걸쭉한 인생 이야기들을 찾아 동네 한 바퀴 여정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시장에서 첫걸음을 시작하는 김영철. 목포의 도깨비시장은 1914년에 생긴 역사 깊은 전통시장으로 새벽부터 정오까지만 섬에서 나온 농작물과 새벽 경매로 나온 싱싱한 수산물을 반짝 파는 아침 시장이다. 시장을 구경하다 보니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가 있다. 바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찜솥에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막걸리 술빵 집. 추억의 술빵은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이 특징인데, 막걸리와 함께 우유를 넣고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14시간 이상 반죽을 자연 발효시키는 것이 비법이다.

부두를 걷던 김영철은 리어카에 나무 어상자를 잔뜩 쌓아 올린 정겨운 어촌 풍경에 발걸음을 멈춘다. 어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공장의 주인은 40년이 넘는 세월 어상자만 만들어온 86세 어르신. 고향 진도에서 농사를 짓다 7남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목포로 나와 어상자 만드는 일을 시작한 어르신은 어상자 하나에 250원일 때부터 1700원인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단다.
스스로 천한 직업이라며 부끄럽다고 하지만 이 일로 7남매를 키워냈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은 자못 자랑스러워 보인다. 7남매의 든든한 아버지로 살아온 어르신의 시간은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투박한 손에 아로새겨져 있다.
유달산 아래 비탈길, 따개비처럼 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달동네 서산동. 바다가 가까워 남편들은 뱃일하고 아내들은 부두 허드렛일하며 ‘징허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동네다. 4년 전, 켜켜이 세월이 묻은 골목에 동네 어머니들의 애달픈 사연을 담은 시와 그림이 걸리고, 골목 갤러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동네는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봄, 어머님들과의 추억이 있는 시화골목을 다시 걸어보는 배우 김영철은 골목을 오르다 주민들로 붐비는 사진관을 들여다본다. 오래된 동네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단다. 지난한 세월 함께 보내 정든 친구와 어깨동무한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다.
골목을 내려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연희네 슈퍼를 구경하는 김영철. 시간의 문턱을 넘은 듯 세월이 묻어나는 소품들에 어린 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연희네 슈퍼 뒤쪽에는 동네 사람들만 아는 비밀 공간이 있다는데, 바로 70여 년 전 사람들이 직접 판 동굴. 이 동굴은 방공호로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인들이 전쟁에 대비할 목적으로 조선인들을 동원해 만든 것이다. 일제 강점기 수탈 전진기지였던 목포는 동네 좁은 골목길에도 여전히 아픈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다.

김영철은 목포의 원도심을 걷다 ‘국산 콩을 고집하겠다는 주인의 성정이 묻어나는 콩물집 간판에 눈길이 간다. 1975년에 문을 연 노포는 목포 사람이라면 으레 이 집 콩국수 한 그릇을 먹어봤을 정도로 사랑받는 곳이란다. 매일 품질 좋은 국산콩을 불려서 삶은 뒤, 수십 번을 헹궈 콩 껍질을 벗겨내는데 이것이 텁텁하지 않고 진한 콩물의 비법.
여기에 들어가는 것은 물과 소금이 끝. 콩물에 생면을 넣어 그 흔한 오이 고명 하나 없이 내주는 콩국수는 오로지 콩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특히, 이 집만의 특별한 메뉴 따뜻한 콩국수는 따뜻한 국물에 고소함은 배가 되고 속은 든든하면서 편안하다.
목포에서 뱃길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외달도. 걸어서 한 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만큼 작은 섬에는 18가구, 30명 정도가 살고 있다.
호젓하게 인적 드문 섬을 산책하는 배우 김영철. 비탈길 위에 일구어 놓은 밭을 따라 걷다 보니 외떨어진 집이 한 채 있다. 주인은 외달도에서 60년을 해로한 노부부. 외달도 토박이 총각과 해남 아가씨로 인연을 맺은 부부는 평생 섬에서 물때 맞춰 해초 ‘바위옷을 긁고, 척박한 땅에서 부지런히 농작물을 키워, 목포 큰 장에 내다 팔며 5남매를 키웠단다. 가난했던 그 시절, 한 끼도 제대로 배불리 먹이지 못해 자식들에게 미안했다는 부부. 그러나 집채만 한 인생의 파도도 넘고 보니, 그럭저럭 후회 없는 고마운 삶이었다. 외로운 섬에서 고운 마음 하나로 평생을 함께 노부부. 구슬픈 노랫가락 위에 고단했던 지난날을 실어 보내는 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바다를 마당으로 삼은 고즈넉한 한옥을 발견한 김영철. 해변까지 열 발자국이면 닿을 수 있는 한옥은 민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40대 초 젊은 부부가 민박집의 주인이다. 8년 전, 우연히 외달도로 여행을 와 섬에 매료된 부부는 각박했던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에 정착해 날마다 여행하는 것처럼 살고 있다.
섬에서 태어난 4살 된 아들은 외달도의 유일한 아이. 덕분에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중이다. 한옥 앞에 펼쳐진 바닷가는 세 가족의 놀이터이자 훌륭한 산책길, 아이에겐 자연 체험장이 되어준다고. 지금, 이 순간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 젊은 귀촌 부부의 가장 큰 행복이다.
다시 목포 도심으로 돌아와 부둣가를 걷던 김영철은 식당 간판에 적힌 ‘쫄복탕에 눈길이 간다. 마침 식당 앞에서 생선을 손질 중인데, 정체는 복어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편인 졸복. ‘쫄복이 졸복을 이르는 말임을 알 수 있고, ‘쫄복탕은 뼈가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푹 고아 어죽처럼 걸쭉하게 끓여낸 이 집만의 음식이란다.
둘째 언니를 필두로 네 자매가 운영하는 쫄복탕집. 네 자매의 일터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티격태격은 일상이고, 유치한 말장난도 즐겁기만 하다. 그러나 우애만은 목포에서도 소문이 자자한데. 둘째 언니가 큰 병을 얻어 힘들었을 때 곁을 지켜준 자매들 덕택에 건강을 회복했단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육의 정으로 똘똘 뭉친 네 자매의 뜨끈한 쫄복탕은 그 맛이 깊고도 담백하다.
서산동 비탈길에서 외달도 갯가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애잔한 사연을 머금고 있는 목포. ‘징허게 살아온 세월을 노랫말에 녹여내며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15일 오후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의 ‘84화 애틋해라 그 바다 – 전남 목포 편에서 공개된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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