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CNN 의학전문 굽타 "세딸 학교 안보내는 이유? 한국 코로나 연구 덕분"
입력 2020-08-13 11:32  | 수정 2020-08-13 17:02
CNN 스타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굽타와 세 명의 딸들.

CNN 스타 의학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가 이달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국 내 오프라인 개학과 관련해 자신의 세 딸들을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코로나19 연구결과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서술해 눈길이 쏠린다.
굽타는 12일(현지시간) 장문의 CNN 칼럼을 통해 "객관적인 기준들을 고려하고 지역 상황을 따져봤을 때 우리는 당분간 세 딸들을 학교에서 떨어뜨려놓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는 "요즘 무엇보다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굽타씨는 아이들을 등교시킬 건가요?'라는 물음"이라면서 "10대와 사춘기 직전인 딸 3명을 둔 아빠로서 우리 집에서도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굽타는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해 부모에게 엄청나게 졸라댔다"면서 "그 나이대에 필요로 하는 친구와 사회, 사람에 대한 정이 그리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국 공립학교 학생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개학을 앞두고 있다. 학교에 따라 학생 전체에게 오프라인 등교를 요구하는 곳도,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는 곳도 있는 반면 아예 화상수업으로만 학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굽타는 "딸들의 학교는 고맙게도 선택지를 남겨줬다"며 지난 몇 주간 '숙제' 같은 대규모 리서치, 학교 방문, 학교장 상담 등을 거친 결과 자신의 딸들은 화상수업을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확진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면역력'을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그들도 감염이 되고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제이 굽타 CNN 의학전문기자 겸 에모리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
일반적으로 유아는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8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발병 이후 총 90명의 유아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1%가 넘지않는 비율이다. 중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코로나19 어린이 확진자의 90%가 경미한 증상만을 보였다고 밝혔다.
굽타는 특히 여러 연구 중에서도 한국의 미성년 코로나19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우선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10~19세 아이들이 성인만큼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흥미롭게도 10세 미만 아이들의 비율은 극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 소아과 전문지에 실린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콧속에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표와 상반된 내용을 발견한 것이다.
굽타는 "그래서 한국의 연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던 중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조사대상이었던 접촉자 6만 명중 10세 미만 접촉자가 237명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낮은 유아의 코로나19 감염률은 해당 연령대가 집에 머무른 비율이 유독 높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최대한 자택에 머무르며 타인의 접촉을 피한 결과 자연스레 감염 위험도 적어졌다는 얘기다.그밖에도 굽타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조지아주와 미국 전역의 감염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의 활동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큰 실험의 일부가 될 것"이고 "감염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학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미성년 확진자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주 조지아주의 한 교육구에서는 개학도 전에 교직원 약 260명이 양성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패닉이 일기도 했다. 그밖에 다른 학교에서는 등교한 수십명의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몰려다니는 장면이 공개돼 우려가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굽타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우리 가족의 생각은 분명했다. 어떤 가족들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모두는 가능한 한 최고의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아마추어 전염병학자가 돼가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굽타는 에모리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맡고 있으며 애틀랜타 그래디 메모리얼 병원의 신경외과 서비스 부책임자이기도 하다. 2001년 CNN에 합류한 뒤 '앤더슨 쿠퍼 360도' '래리 킹 라이브' 등 대표 방송에 출연하며 보건의료 뉴스를 담당해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의료 프로그램 '산제이굽타 MD'로 여러 번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보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