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 일 같지 않아" 의암호 실종자 수색 자원한 봉사자들
입력 2020-08-13 07:58  | 수정 2020-08-20 08:04

"남 일 같지 않아서 소방서에 전화해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봤죠.", "동생이 뜻깊은 일에 함께하자고 해서 실종자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색에 참여했습니다."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8일째인 오늘(13일) 실종자를 찾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접 배를 끌고 수색에 나선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34살 이세욱(서울) 씨는 지난 주말 실종자를 찾고자 보트를 타고 북한강을 누볐습니다.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배정해준 지역을 중심으로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비를 맞으며 실종자 수색에 힘을 보탰습니다.

수상레저를 즐기던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종자의 사연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춘천소방서에 전화해 수색을 자원했습니다.


그는 도보 수색이 어려운 강가에서 수풀과 나뭇가지에 걸린 유류품 등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실종자 2명이 발견된 8일에는 발견 지점 주변으로 긴급지원을 나가 또 다른 실종자가 없는지 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물살이 세서 배가 흔들렸고, 수심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돼 조심스러웠다"며 "강변을 더 세세히 훑고 싶었는데 아래에 어떤 위험한 구조물이 떠내려왔을지 몰라 꼬챙이로 바닥을 짚으면서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꼭 찾아달라"고 오열하던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칫 전복의 위험이 도사리는 북한강에서 종일 누볐습니다.

실종된 춘천시청 공무원이 지인과 아는 사이였다는 사실에 무거운 마음으로 물살을 갈랐습니다.


이 씨의 선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그에게 선뜻 보트를 빌려준 판매 업체 대표와 보트의 운전대를 잡아준 35살 이대수 씨가 있었습니다.

2018아시안게임에서 제트스키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그는 "세욱이의 제안에 같이 돕기로 했으나 마땅한 보트가 없어 고민하던 찰나에 보트 판매업체 대표님께서 '수색 활동에 적합한 보트가 있으니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며 보트를 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청평, 가평, 남이섬 등에서 수상레저 활동을 하며 물길에 익숙했던 덕에 구석구석을 누비며 최선을 다했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 두 사람처럼 자발적으로 수색 활동에 참여한 민간 선박은 40척에 달했습니다. 수상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는 드론 전문가들이 수색을 도왔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뿐만 아니라 수색작업을 했던 다른 봉사자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본업을 위해 비록 평일에는 수색에 참여하기 어렵지만, 언제든 필요하다면 주말마다 춘천으로 와서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춘천시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어제(12일) 민간에 전문 수색 인력을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날 남산면 사무실에서 춘천과 가평지역 수난구조단체와 수상업체, 어업종사자, 전문 구조인력과 회의를 열고 수색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춘천시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 가족을 찾기 위해 이날 지역 해병대전우회 등 20여 명의 수색과 구조 관련 경험이 있는 민간 전문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며 "수색 중인 소방 등 합동수색팀과 논의해 투입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춘천시자원봉사센터도 홈페이지를 통해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을 보유하거나 수색 및 인명구조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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