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법무부 직제개편안' 검찰 내부 반발 확산…"원칙과 철학이 없다" 비판
입력 2020-08-12 17:59  | 수정 2020-08-19 18:04

법무부가 대검찰청의 차장검사급 요직 4자리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직제개편안을 내놓자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오늘(12일) 검찰 내부 반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어제(11일) 오전 ▲ 대검 반부패·강력부(옛 특수부)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등 차장직위 폐지 ▲ 형사부 업무시스템 재정립 ▲ 공판부 기능 강화·확대 등이 담긴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전달해 의견조회를 요청했습니다.

법무부의 직제개편안 내용이 내부적으로 공유되자 검사들 사이에서는 "원칙과 철학이 없다" "검찰총장 힘 빼기다" "이게 과연 진정한 검찰개혁인가" "어차피 의견을 내도 반영이 안 될 것"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국민에게 피해" "윤석열 힘빼기" "수사 차질" 비판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검찰청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의 기능이 축소되면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져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고자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담당관(부장검사)으로 축소 개편되고,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자리는 아예 사라집니다. 대변인은 유지되며, 검찰총장 직속 인권정책관과 형사부장 산하 형사정책관이 신설됩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검찰의 업무는 단순한 사무가 아니라 국가의 수사력과 직결된다"며 "수사능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직을 개편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대검을 바꾸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일선 의견을 들어보면 다들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며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에 동의하지만, 특수·공안 지휘 체계를 갑자기 무너뜨리면 검찰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권침해 사건을 담당한 대검 인권부 산하의 인권감독과를 감찰부 산하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입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검찰을 두고 윤 총장과 한동수 감찰부장 간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법무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만든 인권부를 2년 만에 폐지하면서, 감찰부의 인권침해 점검과 감찰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감찰 1~3과에 인권감독과를 추가하는 안을 마련했습니다.


◇ 형사·공판부 강화안에 "중장기적 검토·토론 필요"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1재판부 1검사제' 등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형사·공판부를 여전히 낮게 보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법무부의 ▲ 형사부 검사실→공판준비형 검사실 전환 ▲ 조사자 증언 제도 적극 활용 ▲ 전담별 전문사건(기소·이의제기송치, 송부사건) 전담 처리 ▲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 공판·기소부 이원화 ▲ 이의제기 송치 사건 전담부 전환 등의 방안은 모두 중장기적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려,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는 오후 4시 현재 100여개의 공감·지지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방의 한 공판부 검사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일선 검사들은 형사·공판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협의와 설득 과정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건 문제"라며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 법무부 '의견조회' 하루 늦춰…18일 국무회의 상정 목표

법무부는 원래 대검에 이틀의 시간을 주고 내일(13일)까지 일선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반발 분위기에 일선에서 의견수렴 기간이 빠듯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자 하루 미뤄 모레(14일)까지 의견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검 내 각 부서와 일선청은 내부 회의를 거쳐 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검은 내일(13일)까지 의견을 취합해 정리된 의견을 모레(14일) 법무부에 전달할 방침입니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오는 18일 직제개편안을 반영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검사정원법 시행령'(이상 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 올려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검찰 내·외부 의견수렴 과정에서 절차가 다소 늦어질 경우 25일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달 중하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전에는 직제개편을 끝낼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