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직 검사, "법무부 직제개편안 철학적 고민 없어" 비판
입력 2020-08-12 15:31  | 수정 2020-08-12 21:41

법무부가 형사·공판부 강화 차원에서 마련한 검찰 직제개편안이 일선 검사들이 겪는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방안이라는 현직 검사의 비판이 나왔다.
11일 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8기) 검찰 내부망에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에서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며 법무부의 직제개편안 내용을 비판했다.
법무부는 앞서 대검 내 차장검사급 주요보직 4개를 폐지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직제개편안에 대한 대검찰청의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차 검사는 특히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추진 계획을 제시하면서 형사부와 업무량의 형평성 차원에서 형사부 업무 이관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1검사 1재판부의 의미는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지금과는 달리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 준비형 검사실'로 개편하는 방안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조서의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만큼, 수사때는 공판에서의 입증 준비를 위한 활동에 집중하라고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차 검사는 "조사자 증언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법원의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함은 물론 직제개편으로 바로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고 했다. 또 "공판준비형 검사실 도입과 공판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따라 중장기에 걸쳐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 검사의 글에는 공감과 지지의 댓글 50여개가 달렸다. 한 검사는 "형사·공판부 강화라는 말은 하면서도 개편안의 기저에는 형사·공판부를 낮게 보는 듯한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48·30기)도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을 두고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청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비판했다. 또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며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엄청난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 책임주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뒷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인가"고 되물었다.
그는 먼저 "지금도 조사자증언이 법원에서 증거로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검사실에서 조사자 증언제도를 아무리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해도 증거로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 없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는 계속되는 희망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인력문제때문에 실시되지 못했다. 인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공판부를 강화하겠다면서 형사부 업무를 이관하면 공판부가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등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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