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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야구선수이자 위대한 사나이, 루 게릭[김대호의 옛날영화]
입력 2020-08-12 14:25  | 수정 2020-12-01 09:27
영화 <타격왕>은 야구영웅 루 게릭이 아닌 인간 루 게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왼쪽은 이 영화에 우정출연한 베이브 루스.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1903년 뉴욕에서 태어나 1941년 38세에 요절한 사나이. 1923년부터 1939년까지 16년 동안 뉴욕 양키스 1루수로 활약하면서 통산 2721안타, 493홈런, 3할4푼의 타율과 2130경기 연속 출장을 기록한 ‘철인.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결번(4번) 선수. 그의 본명은 헨리 루이스 게릭.
이 영화는 베이브 루스와 함께 1930년대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끈 루 게릭의 일대기를 다뤘다. 원제는 'The Pride of the Yankees'. 우리나라엔 <타격왕>이란 제목으로 소개됐다. 인간 루 게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명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뭉클하고 마지막엔 눈물이 핑 돈다.
루 게릭이 세상을 떠나고 1년 뒤인 1942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년> <굿바이 미스터 칩스·1939년> 등을 만든 샘 우드 감독에 의해 제작됐다. 주인공은 루 게릭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인 게리 쿠퍼가 맡았다. 게리 쿠퍼는 루 게릭 보다 2년 위라 배우가 전기 영화의 당사자 보다 나이가 많은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또 베이브 루스가 꽤 많은 분량에 우정 출연해 영화를 빛냈다.
이 영화는 ‘야구선수 루 게릭 보다 ‘인간 루 게릭에 주목했다. 콜롬비아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지망생이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구선수로 돌아서는 과정. 시카고에서 만난 엘리너(테레사 라이트)와의 지고지순한 사랑. 야구선수 이전에 자기가 가진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한 인간을 담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불치병(훗날 루 게릭 병)에 걸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눈물짓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어머니와 아내를 달래고 격려한다.
성공한 야구선수로서 뿐 아니라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완벽한 한 남성을 볼 수 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베이브 루스와 대조를 이룬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생활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원정을 떠날 때 기차에서의 모습, 선수들과 동행하는 담당 기자의 활약상까지 세심하게 표현했다.
6만 여 관중이 꽉 찬 양키스타디움에서 루 게릭은 은퇴연설을 하고 야구장을 영원히 떠난다.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복도를 혼자 걸어가는 루 게릭의 뒷모습에서 영웅이 아닌 죽음을 앞둔 평범한 한 남자를 본다. 야구선수는 물론이고 야구팬이라면 꼭 봐야 할 명화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미니버 부인>에 밀려 편집상 하나만 수상하는데 그쳤다. 루 게릭의 아내 엘리너 역으로 열연한 청순미의 대명사 테레사 라이트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 <미니버 부인>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동시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여우조연상 수상.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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