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2명의 이른바 '강간 상황극'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성폭행당한 여성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로 했습니다.
피해 여성 변호인은 오늘(12일)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9살 오모 씨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과 절도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1심에서 오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항변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증인 신문은 다음 달 9일 오후에 비공개 공판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오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에서 프로필을 '35살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29살 이모 씨의 거짓 글을 보고 세종시 한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이씨 속임수에 넘어가 강간 도구로만 이용됐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며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우연한 사정의 연속적인 결합이 있었다는 점과 오씨가 '지금 이게 실제 범행'이라고 인식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법리적으로 맞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실제 재판부는 대전고검 검사와 오씨 변호인에게 "범행 교사는 공모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시키는 것인데, 상황극을 범행 교사라고 볼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라며 "오씨가 (이씨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또 다른 범행을 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양측 의견을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112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 여성 휴대전화를 빼앗은 행위를 절도로 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건 강도 혐의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오씨를 유도해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이씨도 이날 함께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강간 상황극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에 대한 재판부 질문에 "딱히 없다"고 답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